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약 8년 만에…전 서울청장 벌금 1000만원 확정

입력 2023-04-13 16:05 수정 2023-04-13 16:07
2015년 11월 14일 집회 중 경찰 살수차가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고(故) 백남기씨. 연합뉴스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서 경찰 살수차 운용 감독을 소홀히 해 농민 백남기씨를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3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 살수차가 머리 등 가슴 윗부분을 겨냥해 쏜 물대포를 맞아 쓰러졌다. 이후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약 10개월간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다 이듬해 9월 끝내 숨졌다. 시위 당시 총괄지휘자였던 구 전 청장은 물대포 직사가 이뤄지는 상황을 인식하고도 방치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됐다.

1심은 구 전 청장에게 백씨 사망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고인의 자리와 화면까지의 거리, 무전 내용 등을 고려하면 살수의 구체적 상황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집회·시위 총괄 책임자로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위가 점차 격화되고 현장이 긴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과잉 살수가 방치되는 원인과 실태를 파악해 현장 지휘관에게 이를 경고하거나 안전한 살수가 이뤄지도록 조치를 취했다면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옳다고 보고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경찰의 위법·과잉 시위 진압과 관련해 최종 지휘권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 직접 시위진압에 관여한 경찰관들과 함께 형사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선례를 제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