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당근마켓’ ‘핫라인 가동’ ‘이런 기부금제도’.
전체 가구 중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고 고독사와 자살률 증가는 계속되는 시대에 ‘교회, 외로움을 돌보다’ 시리즈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앞서 말한 당근마켓이나 기부금제도는 오랜 시간 외로움을 돌봐온 교회 목사님을 만나면서 들은 이색 해법이 나왔을 때 반응입니다. 교회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할 만한 기발하고 신박한 방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대형교회와 달리 인력도 재정도 부족한 동네교회, 작은교회에 도움이 될만한 방법이 있습니다. 지역 기반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입니다.
서울 노원구 주양교회 표세철 목사가 알려준 당근마켓 활용법은 이렇습니다.
표 목사는 10년 이상 주민센터 복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매주 금요일 지역 내 홀몸 노인들을 위해 반찬과 간식을 배달하고 있습니다. 동역하는 복지위원과 성도들이 함께 반찬을 만들고 배달하지만, 늘 아쉬운 게 있었습니다. 사람입니다. 성도 3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교회가 감당하기엔 버거울 법도 합니다.
표 목사는 ‘당근마켓’에 자원봉사자를 구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어르신을 위한 반찬 만들기 봉사자, 배달 봉사에 참여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표 목사는 “지난달엔 50대 아주머니 한 분과 20대 청년에게 연락이 와 큰 도움이 됐다”고 전한 뒤 “지역 교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면 이웃을 돕기 위한 인적 자원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복지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독거노인 등 1인가구 시대에 비상연락망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서울 마포구 서현교회 이상화 목사는 2019년 취임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경찰은 홀로 사는 노인이 사망했는데 연락처를 찾던 중 성경책 속에 꽂힌 교회 주보를 찾아 전화했다고 합니다. 가족이 없으니 경찰이 연락할 곳은 교회 뿐이었습니다.
돌아가신 성도는 아내와 사별한 지 오래됐고 자녀는 결혼 후 해외로 나가 가족이 없었다고 합니다. 홀로 사는 노인이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마땅히 연락을 취할 곳이 없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가 ‘교회 핫라인’입니다.
이런 제안도 있습니다. 지난 1월부터 정부가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하자는 겁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고향에 기부하면 이를 지방자치단체가 모아서 주민복리에 사용하는 제도입니다. 기부자는 고향사랑 기부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은 물론 기부한 고향의 답례품도 받을 수 있습니다. 지자체는 복지기금을 모을 수 있고 기부자는 세제혜택과 선물은 물론 고향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는 만족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최근 교회와 복지사각지대 가구 발굴에 나선 한 주민센터 직원이 알려줬습니다.
이처럼 교회가 복지사각지대 해소와 외로움 돌봄을 위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건 교회가 오래전부터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했기에 가능합니다.
‘나눔과 섬김’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이웃을 돌보는 영종중앙교회 이진호 목사는 “나눔과 섬김을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쌓였다. 이를 지자체와 공유하면 복지 취약 가정을 돕는 데 힘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는 우리 속담을 이렇게 바꿔볼까 합니다. “봉사도 해 본 사람(교회)이 한다.”
서윤경 최기영 유경진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