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는 두 명의 엄마를 뒀다. 동성혼으로 맺어진 두 모친은 헤더에게 아버지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해 준 적이 없다. 하지만 헤더는 “어린 소녀였던 나는 필사적으로 아빠를 원했다. 아버지를 향한 마음속 깊은, 충족시킬 수 없는 아픔을 안고 사는 것은 이상하고 혼란스러웠다. 때론 그 분노는 나를 향했다”고 토로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아동 인권 전문가로 아동인권단체 ‘뎀비포어스(Them Before Us)’를 설립한 케이티 파우스트 대표는 헤더 사례를 소개하며 동성혼으로 이뤄진 이른바 ‘다양한 가족’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을 우려했다.
파우스트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제 세미나 ‘다양한 가족, 정말 괜찮을까?’에 참석해 “동성 육아를 장려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손해를 보라고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에서는 일부 진보 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족’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외친다. 하지만 파우스트 대표는 오히려 ‘다양한 가족’이 아이의 인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다양한 가족’은 어른들의 욕심을 위해 아이들에게 엄마나 아빠를 잃어버리는 ‘힘든 일’을 하라고 강요한다”며 “이런 대안적 형태의 가정은 아이의 관점에서 ‘사랑’은 가족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가족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동성혼이나 선택적 비혼모인 이들이 정자나 난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도 향후 아이의 성장에 해를 끼칠 우려가 크며, 아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파우스트가 제시한 ‘우리는 기증으로 수정됐다(We are donor conceived)’라는 단체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정자나 난자 ‘기증’으로 수정된 아이들 대다수는 “자신의 생물학적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를 희망하며 두 생물학적 부모의 정체를 알아야 할 기본적인 인권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파우스트 대표는 “동성애자든, 아이를 가질 수 있든 없든, 어떤 성인도 보조 생식기술을 통해 어머니나 아버지로부터 아이를 분리할 권리가 없다”며 “이는 매번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늘 아이들의 성장에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파우스트는 또 “남성과 여성은 육아에 있어 뚜렷이 구별되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방법으로 각각 기여하기 때문에, 이 성별 균형은 적절한 아동 발달을 위해 너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별의 차이에서 기인한 각기 다른 훈육방식, 노는 방식, 대화법 등이 아이의 언어, 인지 능력 등을 확장한다는 논리다.
파우스트는 미혼모 밑에서 자란 메기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파우스트에 따르면 메기는 “아버지 없는 내 인생은 너무나 많은 끔찍한 결과를 일으켰다. 난 끊임없이 사랑받지 못하고 가치가 없고 버려진 것처럼 느껴졌다. 난 아버지 같은 존재와 보호를 갈망했다. 이로 인해 나는 나를 아끼지 않는 남성들과 건강하지 않고 학대적인 관계를 추구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1990년 한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다. 이 협약 제9조에서는 “아이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부모로부터 분리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의무화했다. 파우스트는 “이 협약은 아이들이 ‘양친 부모’와 접촉할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한다”며 “만약 한국이 아이들을 학대나 방임으로부터 보호하고, 잘 자랄 수 있는 가정, 아이들의 마음이 충족되는 가족 구조를 장려하는 일에 진심이라면, 반드시 아이들을 양친 부모가 양육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 구조를 홍보하고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동성애와 동성혼을 용인한 미국이나 영국 등의 피해 사례를 살펴보며 한국이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교계 주요 인사들이 지난해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국회 앞에서 동성애의 문제를 알리며 1인 시위에 벌이는 이유도 선제적 대응 활동의 하나다.
한편 이날 이어진 토론에서 현은자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는 이혼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겪는 혼란과 어려움을 설명하며 무엇보다 아동의 권리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교수는 “가정폭력이나 배우자의 외도 등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자녀에게 부모의 ‘좋은 이혼’이란 없다”며 “발달상 아직 미숙한 아이들에게 상투적인 언술로 희생과 이해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의 권리와 성인의 권리가 충돌할 때 자녀에게 생명을 준 성인의 권리를 희생하는 것이 더욱 윤리적이라고도 했다.
함께 토론자로 나선 현숙경 한국침례신학대 교수는 ‘다양한 가족 개념의 국제적 등장 및 저항’을 주제로 토론자로 나서 남녀로 이뤄진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을 붕괴시킨 ‘다양한 가족’이 사회에 확산할 경우 초래할 문제점을 짚었다.
현 교수는 “‘다양한 가족’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혼과 출산으로 이뤄진 보편타당하고 자연적인 공동체를 허물어버리기 위해 성혁명가들이 고안해낸 허상이다”며 “‘가족’의 개념이 붕괴하면 동성 커플이 가족으로 용인되는 건 시간문제이다. 이를 시작으로 다자성애자, 근친상간자, 소아성애자를 비롯해 보편타당한 자연질서를 거스르는 모든 형태의 공동체가 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는 정경희의원실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바른인권여성연합과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이 공동주관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를 맡은 정경희 의원은 개회사에서 “포괄적 성교육이라는 핑계로 ‘다양한 가족’ 개념을 내세우고, 남녀의 성을 단순히 즐길 권리로 가르쳐 성적 타락, 생명경시를 부추기는 일은 무책임한 행태다”며 “결혼이 남녀 간 결합이라는 상식적인 틀이 깨지면 가족은 해체될 것이고, 동성애와 소아성애뿐 아니라 다자 성애까지 넘쳐날 것이다. 그 피해자는 결국 우리 자녀들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