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글로벌 통신칩셋 제조업체 퀄컴이 특허권을 가지고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에게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1조원대 과징금이 정당하다고 13일 최종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이날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2016년 이들 3개 회사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1조311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이 이동통신용 모뎀칩세트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해 휴대전화 제조사 등에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생산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보유한 퀄컴은 특허 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SEP를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는 ‘프랜드(FRAND) 확약’을 하고 SEP 보유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삼성·인텔 등 칩세트사가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거나 판매처를 제한하는 등 특허권 사용을 제한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었다.
공정위는 또한 퀄컴이 칩세트를 공급받는 휴대전화 제조사들에도 특허권 계약을 함께 맺도록 강제하는 방식으로 칩세트 시장 지배력을 키웠다고 봤다. 공정위는 퀄컴이 이 같은 지배력을 바탕으로 휴대전화 제조사와의 특허권 계약도 일방적인 조건으로 체결했다고 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 측은 필수적이지 않은 특허권 계약까지 제조사들에 요구하거나 휴대전화 판매가격의 일정 비율을 ‘실시료’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특허권을 넘겨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퀄컴 측은 공정위 처분에 반발하며 취소 소송을 냈지만 2019년 서울고법은 공정위 시정명령 10건 중 8건이 적법하고 과징금도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당시 재판부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칩세트사에 타당성 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등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점이 인정된다”면서 “거래상 우위를 남용해 휴대전화 제조사에 불이익한 거래를 강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점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휴대전화 제조사에 끼워팔기식 계약을 요구하거나 실시료 등을 받은 부분은 불이익한 거래를 강제하거나 경쟁을 제한한 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퀄컴은 고법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타당성 없는 조건 제시와 불이익 강제 행위 등이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어렵게 하는 행위로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재확인·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