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애물단지 전동킥보드…없애는 게 상책일까 [투게더]

입력 2023-04-15 00:02
남녀가 파리 차도에서 전동킥보드에 동반 탑승한 모습. 서울신문

차들이 도로를 쌩쌩 달리는 프랑스 파리의 거리. 그중 눈에 띄는 풍경이 있으니 단연코 ‘킥라니(고라니처럼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운전자나 보행자를 위협하는 전동킥보드 운행자를 이르는 말)’다. 전동킥보드가 도로 구분 없이 무법자처럼 달리는 모습은 흔하디흔한 모습. 참다못한 파리 시민들은 지난 3일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 금지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벌였다. 그 결과 89.03% 찬성률로 오는 9월부터 전동킥보드를 전면 금지키로 했다.

불편 속출 중인 전동킥보드

점자블록에 무단주차된 전동킥보드. 시각장애인이 길을 가지 못해 가로막혀 있다. KBS 뉴스

중증 시각장애인 이모(60대)씨. 그는 2020년 길을 걷다 넘어져 치아가 깨졌다. 지팡이로 점자블록을 짚으며 길을 찾는데 전동킥보드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성인 발목만큼 높이인 킥보드는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 지뢰밭 같다는 얘기를 듣는다. 도로교통공단이 집계한 2021년 킥보드 사고 건수는 2842건. 2019년 876건에서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서울시는 지하철역 출입구와 버스·택시 승차장 주변 5m 이내에 주차된 이동장치는 즉시 견인되도록 지난 2월부터 규제를 시행 중이다. 보도·차도가 구분된 차도, 자전거도로 위에 방치돼 있거나 건널목 3m 이내, 점자블록 위, 교통약자 엘리베이터 진입로에 있는 전동킥보드도 마찬가지다. 일반 보도는 3시간 이내 업체에서 수거하거나 재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오로지 서울시에 한정된 정책일 뿐. 일부 지역은 견인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즉각 처리하기엔 역부족이다.

서울시 개인형 이동장치(PM) 안전 수칙. 서울시

킥보드의 자유분방한 무법 주행 역시 어느 도로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빠른 속도로 인도에서 질주하는 전동킥보드. 그리고 차도 중앙에서 아슬아슬하게 주행하는 모습이 빈번하다. 결국 보행자와 차량이 각각 인도와 차도에서 킥보드를 피해 이동하는 모순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차도나 우측 가장자리나 자전거 도로에서 운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용자 대다수는 알지 못해 제멋대로 통행하기 일쑤다.

안전모는 왜 안 쓸까…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의 안전 문제도 늘 거론되는 문제다. 특히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 사고 발생 시 큰 부상이 따를 수 있다. 전남대병원 최준호 교수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전동킥보드 사고로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한 108명 환자를 분석했는데 사고 환자 85%가 안전모 미착용자였다. 중증외상환자 15명 중 14명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고 5명은 사망이나 혼수상태, 전신 마비 등 심각한 치명상을 입었다.

이렇게 위험한데도 이용자들은 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을까. 전문가는 현재 실행되고 있는 전동킥보드 규제 법안 실효성을 지적한다. 안부현 한국퍼스널모빌리티협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015년 서울시는 따릉이 안전모 보급을 시행착오를 통해 폐지했다”며 “공용 헬멧 90% 이상은 분실되거나 위생 문제로 이용자들이 꺼리는 게 사실이다”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또 전동킥보드 이용을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 소지자에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원동기와 킥보드는 구동 방식이나 주요 사용층이 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무면허 이용자들이 속출한다는 것. 교통안전 지식이 부족한 청소년 교육 마련이 시급하다고도 제언했다.

전동킥보드, 공생할 방법은 없을까


2018년 전동킥보드가 국내 도입될 당시만 해도 친환경 대중교통으로 기대를 모았던 바가 있다. 하지만 오늘날 파리에서나 서울에서나 전동킥보드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그런데도 전동킥보드를 완전 퇴출시킬 수 없다면. 공생의 방법을 모색할 수는 없을까.

해외에서 그 아이디어를 몇개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일본은 면허 필수 대신 번호판을 도입했다. 이용보단 책임을 무겁게 한 것인데 공용 이용수단 오용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안전모 착용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자동차 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와 같은 책임과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 역시 전동킥보드 자동차보험 가입이 필수다.

짧은 거리 이동, 공유의 편리함을 살리면서도 안전은 지키는 묘수가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투게더는 To gather와 Together를 일컫는 말입니다. 세상의 다르지만 비슷한 정보들을 함께 모아 소개하겠습니다.


고해람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