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보겸(본명 김보겸)이 사용하는 ‘보이루’라는 용어를 여성혐오 표현으로 규정한 논문으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윤지선 세종대 초빙교수가 단숨에 60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이 윤 교수에 대해 보겸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위자료 5000만원을 웃도는 액수다.
후원금이 6000만원을 돌파하자 윤 교수는 12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함성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앞서 출판사 ‘사유의힘’은 지난 8일 텀블벅에 ‘미래에 부친 편지-페미니즘 백래시에 맞서서’라는 윤 교수 에세이 출간 펀딩 프로젝트를 올렸다.
윤 교수는 이 에세이 후원금 6000만원 돌파 소식을 트위터에 올리며 감사의 글을 남겼다.
윤 교수는 “2021년 이후 한국사회를 잠식했었던 반여성주의 물결만을 모든 분야의 주류적인 방향으로 삼으며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는 존재조차 않는 것으로 간주하던 세상에 보여주는 우리의 큰 함성이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윤 교수의 에세이는 ‘페미니즘 백래시(backlash·반격)’를 주제로 쓰였다.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의 ‘쇼트커트’ 논란, 윤 교수와 보겸과의 소송 과정 등이 담겼다.
윤 교수는 에세이에 대해 “내가 쓰는 이 편지는 앞으로 존재할 그리고 지금 역시 존재하고 있는 미래와 현재의 어린 여성세대에게 부치는 것이요, 이 야만의 시대를 날카롭게 기록하는 투쟁의 일지”라고 소개했다.
윤 교수는 2019년 구독자 327만명을 보유한 보겸이 ‘유행어’처럼 사용하는 ‘보이루’라는 단어를 ‘한국 남아들의 여성혐오 용어 놀이’에 사용되는 용어라고 주장했다.
철학연구 제127집에 게재한 ‘관음충의 발생학:한국 남성성의 불완전 변태 과정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다.
윤 교수는 이 단어를 설명하는 각주에 “보겸이란 유튜버에 의해 전파된 용어로, 여성의 신체를 뜻하는 단어에 ‘하이루’를 합성한 단어”라고 정의했다.
그러자 보겸은 ‘보이루’가 자신의 실명인 ‘보겸’과 인사말인 ‘하이루’를 합성해 만든 표현이며, 여성 혐오 표현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에 윤 교수는 해당 단어 설명을 “‘보겸+하이루’를 합성해 인사말처럼 사용하며 시작되다가, 초등학생을 비롯해 젊은 20, 30대 남성에 이르기까지 ‘여성 성기를 뜻하는 표현+하이루’로 유행어처럼 사용, 전파된 표현”이라고 번복했다.
그러나 보겸은 해당 논문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2021년 7월 윤 교수를 상대로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후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윤 교수는 보겸에게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용어의 의미가 왜곡돼 온라인상에서 여성혐오 표현으로 사용된 점은 인정했지만, 보겸이 의도적으로 이런 용어를 만든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정 전 논문은 원고가 신체를 지칭하는 표현을 합성해 ‘보이루’라는 용어를 만들어 전파했다는 내용을 담았다”며 “허위의 구체적 사실을 적시해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했다.
이에 윤 교수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법원 판단이 확정됐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