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알았나…이정근, 송 보좌관에 “잘 전달” 메시지

입력 2023-04-13 06:15 수정 2023-04-13 10:27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왼쪽 사진)과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뉴시스

송영길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로 선출된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최소 수천만원 규모의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정황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당시 송 전 대표 측에도 관련 사실이 공유된 정황이 포착됐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구속 기소)의 휴대전화에 남겨진 녹취파일에 따르면 윤관석 의원(인천 남동을)에게 돈이 전해진 시점은 2021년 4월 27일과 28일인데, 당시 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 보좌관에게 돈봉투가 전달됐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12일 JTBC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0개의 봉투가 전달된 것으로 추정되는 27일, 이 전 부총장은 윤 의원을 만나고 몇 시간 뒤 송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에게 “윤. 전달했음”이라고 텔레그램 메신저를 보냈다. 이튿날인 28일에도 이 전 부총장은 박씨에게 “윤. 잘 전달”이라고 짧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4월 27일과 28일 이정근 전 부총장이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JTBC 보도화면 캡처

박씨는 송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정무조정실장을 맡겼던 핵심 측근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JTBC에 “전당대회 과정에서 후원회 계좌 외의 방식으로 돈봉투가 오간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현재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 전 대표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이날 민주당 3선 중진인 윤 의원의 국회·인천 지역구 사무실과 자택, 같은 당 이성만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과 집, 강래구 한국감사협회 회장 자택, 민주당 관계자 관련 장소 등 2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박씨도 이날 휴대폰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당했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당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 금품을 제공할 것을 지시·권유하거나 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두 사람은 이날 각각 입장문을 내고 “돈봉투 의혹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왼쪽 사진)과 이성만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 회장이 이 전 부총장을 통해 윤 의원 측에 불법자금 9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의심한다. 이렇게 마련된 돈은 국회의원들에게 300만원짜리 돈봉투로 총 6000만원이, 대의원들에겐 50만원짜리 봉투로 3000만원이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봉투를 받은 의원이 10명인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강 회장이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말한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총장이 모친 집에 숨겨뒀던 휴대전화 여러 대에서는 3만개가 넘는 녹음파일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JTBC가 입수해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전당대회 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 이 전 부총장과의 통화에서 강 회장은 “(윤)관석이 형이 ‘의원들 좀 줘야 되는 거 아니냐’ 나한테 그렇게 얘기하더라고.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고요. 필요하다면 돈이 최고 쉬운 건데 뭐”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4월 27일에는 이 전 부총장이 10개의 돈봉투를 윤 의원에게 건넨 정황이 포착됐다. 이 전 부총장이 강 회장과의 통화에서 “윤관석 (의원) 오늘 만나서 그거 줬고, 그 이렇게 봉투 10개로 만들었더만”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다음 날엔 5개의 봉투가 추가로 전달된 의혹이 제기됐다. 윤 의원이 통화에서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자리에) 안 나와가지고”라고 말하자 이 전 부총장은 “아니 오빠, 모자라면 채워야지. 무조건 하는 김에 다 해야지”라고 했다.

윤관석 의원과 통화 녹취파일에서 “아니 오빠, 모자라면 채워야지. 무조건 하는 김에 다 해야지”라고 말한 이정근 전 부총장. JTBC 보도화면 캡처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 이후 강 회장과 이 전 부총장, 윤 의원 등 핵심 관계자를 불러 돈봉투의 실체와 자금 원천·성격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윤 의원이 송 전 대표 캠프에서 일했던 만큼 참고인 신분인 송 전 대표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 전 부총장은 이 사건 외에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각종 청탁대가로 10억원가량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이날 1심에서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2020년 21대 총선에 낙선한 뒤 CJ 자회사인 한국복합물류에 상근고문으로 취업하는 과정에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개입했다는 의혹,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한국복합물류에 지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 등도 수사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