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범을 잡아라’… 전 직원 해외직구까지 조사

입력 2023-04-13 06:11 수정 2023-04-13 10:07

정부 산하기관의 여자 탈의실과 화장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지문 감식으로 범인이 특정되지 않자 경찰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해외 배송 내역을 조사했다. 결국 ‘카메라’를 구매한 직원이 드러났고 그가 범인이었다.

경남경찰청은 한국국토정보공사(LX) 한 지사의 여자 탈의실과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성폭력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30대 남직원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남 지역의 한 지사에서는 지난 2월 13일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한 여직원이 화장실에서 변기 물을 내릴 때 까만색 물체가 떨어진 것을 봤다. 이를 수상히 여긴 여직원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여자 탈의실을 둘러보다가 초소형 몰래카메라 1대를 발견했다. 보조배터리가 달린 채 자동녹화 기능이 켜져 있었지만 메모리카드는 없었다. 여직원은 지사에 몰래카메라 발견 내용을 신고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피의자는 쉽게 특정되지 않았다. 발견된 카메라에서 지문과 DNA를 채취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지만 이미 여러 사람이 만진 탓에 신원을 특정할 수 없었다.

이에 경찰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해외배송 내역을 조사했다. 결국 30대 남직원 A씨가 해외배송으로 카메라를 구입한 이력이 확인됐다.

경찰이 카메라 구매 이력 등을 근거로 계속 추궁하자 A씨는 결국 “호기심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카메라가 발견되기 6일 전인 지난 2월 6일쯤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메모리카드는 쓰레기봉투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경찰은 A씨가 실제 영상을 녹화하거나 유포한 정황은 찾지 못했다. A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압수수색해 포렌식 작업을 벌였지만 녹화된 파일은 발견되지 않았다.

공사는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공사 측은 “유감스럽게도 경찰 수사 결과 직원의 일탈범죄가 확인됐다”며 “내부통제 시스템의 미흡한 지점이 확인된 만큼 이를 재점검하고 무관용처벌 원칙으로 공직 기강 확립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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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