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연말 가벼운 경기침체, 향후 2년에 걸쳐 회복”

입력 2023-04-13 05:23 수정 2023-04-13 07:20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지난달 발생한 은행 시스템 위기 여파로 올해 말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수 제기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이 12일(현지시간)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마이클 바 연준 금융감독 부의장과 연준 직원들은 당시 위원들에게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등 은행 부문 위기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브리핑했다.

바 부의장은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연준 경제학자들은 “최근 은행 부문 상황의 잠재적 경제 영향 평가를 고려할 때 올해 후반 완만한 경기 침체가 나타나고, 이후 2년에 걸쳐 회복된다”고 예측했다.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서고, 이를 벗어나는데 2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는 의미다.

이들은 이에 따라 내년 실질 GDP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 추정치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실질 GDP 성장이 완만하게 둔화할 것이라는 기존 예측보다 악화한 전망이다.

연준 위원들은 은행 부문 위기를 대처하기 위한 당국의 긴급 조치가 난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부는 대출이 긴축되고 신용조건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의사록은 “참석자들은 은행 부문의 최근 상황이 경제 활동과 노동 시장,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과 관련해 이미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가시켰다고 관측했다”며 “그들은 은행이 예상보다 신용 공급을 줄여 경제 활동을 크게 억제할 가능성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또 “(당국) 조치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은 이러한 조건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에 대해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음을 인식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을 둘러싼 이견도 노출됐다. 일부 참석자들은 은행 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제기했다. 반면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은행 위기에 대해 연준이 연방 정부와 긴급 대응에 나선만큼 상황이 개선됐고, 단기간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은행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는 0.5% 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기울고 있었다고 언급한 인사도 있었다.

금리 인상 반대파들은 결국 최근 경제 지표의 강세나 인플레이션 상승,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추겠다는 연준의 약속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는 데 동의했다. 완만하나 경기침체 가능성에도 물가 대응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빡빡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연준은 올해 하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다음 회의 때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사록은 그러나 “참석자들은 통화 정책 수행과 관련된 다양한 위험 관리 고려 사항을 강조했다”며 “일부는 은행 부문의 발전이 신용 조건을 더 긴축시키고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성장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또 “몇몇 참가자들은 경제 전망이 매우 불확실한 만큼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유연성과 선택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5월 회의 때까지 들어오는 추가 경제 데이터를 보고 금리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날 워싱턴DC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금융안전위원회(FSB) 수장들과 회의 후 “세계 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나 중앙은행들의 물가 안정 의지는 계속 강하다”며 “동시에 최근 금융 부문 상황은 세계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계속 경계를 유지할 필요를 강조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관계 당국의 신속한 대응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한 금융 규제 개혁의 힘을 받는 금융 체계가 회복력이 있음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