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중 갈등과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후다.
11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헤이그에 있는 싱크탱크인 ‘넥서스 인스티튜트’에서 ‘유럽의 미래’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우리의 파트너를 결정하고 스스로의 운명을 직접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는 개방성과 파트너십의 정신에 따라 협력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은 마크롱 대통령의 이틀 간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중 행사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정체성을 보존하려면 종속성을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상황에 처하게 했다”면서 “일자리 창출, 공적자금 조달, 기후 변화 대처와 더 자주적이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독트린’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EU 경제 독트린’이 경쟁력, 산업 정책, 보호주의, 상호주의 및 협력이라는 다섯 가지 기둥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경우 경제 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대만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대만과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이 빚어진 뒤 나왔다. 그는 지난 7일 레에코(Les Echos)와 폴리티코(Politico)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의 위기를 가속화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서 “최악은 유럽이 이 사안에 있어 추종자가 돼 미국의 장단과 중국의 과잉 대응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유럽, 중국의 정치인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즉각 비판하거나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마코 루비오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유럽 전체를 대변한다면, 미국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릭 마메르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개별국 정상 발언에 대한 별도 논평은 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면서도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전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으며, 특히 무력을 이용한 어떠한 현상 변경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하기 전 프랑스 연금 개혁 등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난입해 연설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일부 시위대가 연설장에서 “폭력과 위선의 대통령”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휘둘렀고, 다른 시위자는 “프랑스 민주주의는 어디있냐”고 소리쳤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