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출산 앞둔 ‘총리의 딸’… 친나왓 가문 4번째 총리 되나

입력 2023-04-12 16:22

태국 제1야당인 프우타이당의 총리 후보이자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2001∼2006년 재임)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36)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며 유력한 차기 총리로 주목받고 있다. 정치 경력이 거의 없는데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그가 선거에 승리한다면 아버지, 고모에 이어 총리에 오를 전망이다.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프우타이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오는 5월 14일 태국 총선을 앞두고 패통탄을 포함한 3명을 차기 총리 후보로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했다. 프우타이당의 나머지 총리 후보는 부동산 개발업체 산시리의 전 회장 스레타타위신, 차이까셈니띠시리 전 법무부 장관이다. 각 당은 총리 후보를 최대 3명까지 올릴 수 있다.

2021년 10월 정계에 입문한 패통탄은 프우타이당 수석 고문으로 임명돼 총선 운동을 이끌면서 유력 총리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달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의 여론조사 결과 패통탄 친나왓은 38.2%로 2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3위를 기록했다.

패통탄은 정치 경험이 거의 없으며 사업가로만 활동해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패통탄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그의 아내 폿짜만 다마퐁 사이에서 세 자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태국 최고 명문대학인 왕립 쭐라롱껀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영국 서리(Surrey)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패통탄은 친나왓 일가가 주요 주주인 태국 부동산기업 ‘SC에셋’의 최대 주주이며, 아동교육 자선단체 ‘타이콤 파운데이션’의 재단 이사직을 맡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패통탄은 약 52억 바트(약 2000억원) 상당의 SC에셋 지분 28.5%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는 2019년 홍콩 고급 호텔에서 하객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마하 오치랄롱꼰 현 국왕의 누나이자 2019년 총리 후보로 출마했다가 후보 지명이 취소된 우본랏 라차깐야도 당시 결혼식에 참석했다고 FT는 전했다.

패통탄은 현재 자녀 1명을 두고 있으며, 현재 임신한 몸으로 유세에 참여하고 있다. 둘째 아이는 선거가 진행되는 다음 달 태어날 예정이다.


패통탄은 정치 신인임에도 선거 유세에서 카리스마와 수사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방콕 외곽의 썬더돔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세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의회에서 쿠데타에 의해 권력을 빼앗겼다”면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되찾고 거의 10년 동안 빼앗긴 우리의 삶을 되찾기 위해 서로를 도울 것”이라고 호소했다.

패통탄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친나왓 일가에서 네 번째로 총리에 오르는 인물이 된다. 탁신의 매제인 솜차이 웡사왓은 2008년 총리를 지냈고, 탁신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은 2011~2014년 총리를 지냈다. 탁신과 잉락은 눈부신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2006년과 2014년에 각각 군대에 의해 축출됐다.

그의 아버지인 탁신 전 총리는 경찰관 출신으로, 1980년대 이동통신사업을 시작해 통신 재벌로 성장했으며 이후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서민을 위한 경제 및 복지 정책으로 농촌의 저소득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2000년대 이후 태국에서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왕당파들로부터 견제를 받아온 탁신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후 해외에서 망명 생활을 해왔으며 현재 주로 두바이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통탄은 최저 임금 인상, 공과금 보조금, 고속철도 시스템과 홍수와 가뭄을 관리하기 위한 기반 시설 건설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농촌과 ​​도시 노동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프우타이당이 이번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더라도 패통탄이 총리에 오르는 것이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권자는 500명의 하원의원을 선출하지만 군부가 선출한 250명의 상원의원과 하원이 함께 총리를 선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우타이당은 지난 2019년 선거에서 대부분 의석을 얻었지만 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