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호텔 3박4일 공짜 숙박, 전 베트남 대사…대법 “해임 정당”

입력 2023-04-12 15:31

현지 기업으로부터 공짜로 고가 호텔 숙박을 제공받아 해임된 김도현 전 주 베트남 대사가 불복해 낸 행정소송의 결론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김 전 대사의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에 문제가 있어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김 전 대사가 외교부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김 전 대사는 2018년 4월 대사에 임명됐지만, 재임 중 현지 기업인이 운영하는 호텔 숙박비 등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듬해 6월 해임됐다. 그는 당시 호텔에 공짜로 3박 4일 묵으면서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국내 기업의 전·현직 임원들의 숙박을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주선했다. 현지 항공사로부터 항공권 4장과 도자기 2점 등 총 1621달러(약 210만원) 금품을 받았다가 반환하기도 했다. 중앙징계위원회는 김 전 대사에게 해임 처분과 함께 수수 금품액의 2배에 해당하는 징계부가금 처분을 내렸다. 김 전 대사는 징계가 과도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 쟁점은 김 전 대사의 금품 수수 행위가 청탁금지법이 허용하는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느냐였다. 청탁금지법은 ‘직무와 관련된 공식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숙박 등은 예외적으로 수수가 허용된다’고 규정한다.

1·2심 판단은 갈렸다. 1심은 징계사유가 전부 인정하고 징계수위도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김 전 대사의 손을 들어줬다. 베트남 현지 기업과 국내 기업 전·현직 임원의 만남을 주선한 것은 김 전 대사의 공식적 업무이며, 이에 따라 현지 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무료로 숙박한 것은 청탁금지법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금품 수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김 전 대사가 선물 받은 도자기 등도 다음날 바로 돌려줬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공직자윤리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 전 대사에게 무료로 숙박이 제공된 경위, 그 숙박비용이나 기간 등에 비춰보면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을 뒤집었다. 당시 대사관 차원에서 대사의 외부 출장 1박당 숙박비를 200달러 이하로 책정했으나 해당 호텔에서 1박당 530달러짜리 숙박을 공짜로 제공받은 점, 3박 4일간 공식 만찬은 단 한 차례였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청탁금지법상 ‘통상적인 범위’는 사회 통념상 일상적 예를 갖추는 데 필요한 정도를 의미한다”며 “공직자에게 제공된 숙박이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는 숙박이 제공된 공식적인 행사의 목적과 규모, 숙박 제공 경위, 유사 행사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사가 선물을 받고 신고하지 않는 것도 위법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공무원이 외국인이나 외국 단체로부터 일정 가액 이상의 선물을 받았다면 그 선물을 반환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직자윤리법상 신고 의무를 부담한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