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가수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진술을 바꾸라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양씨에게 면담강요 혐의를 공소장에 추가하겠다며 맞섰다.
서울고법 형사6-3부(재판장 이의영)는 1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양씨는 이날 검은색 정장 차림에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4명의 변호인단과 함께 법정에 들어선 후 재판장 정면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양씨와 함께 기소된 YG 직원 김모씨도 함께 출석했다. 두 사람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1심 판결에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피해자 A씨는 수사 초기부터 법정 증언까지 일관되게 양씨가 ‘장래 연예 활동을 못 하게 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해악 고지를 했다고 진술해왔다”며 “단지 진술 중 어휘 선택이 달라진 부분, 지엽적인 부분이 다소 변화된 점을 근거로 해악의 고지 자체가 없다고 보는 건 그릇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취지의 공소장 변경허가신청서도 제출했다. 검찰은 “양 전 대표가 피해자를 설득·압박해 비아이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마약 수사가 무마됐다”며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행동을 했음에도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건 사회적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양씨 측 변호인은 “계속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로 재판하다 용어조차 생소한 면담강요로 바꿨다”며 “검사가 주위적 공소사실 입증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씨 측은 1심의 판결이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A씨를 증인으로 다시 부르겠다고 한 것에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양씨 측은 “A씨가 마약범죄로 실형을 살고 있다. 준법 의식이나 자기 통제력이 없는 이의 증언을 반복적으로 듣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진술 태도까지 포함해 전부 보려는 것”이라며 양씨 측 주장을 일축했다.
양씨는 재판부의 질문에 웃으면서 대답하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가 A씨를 만날 당시의 정황을 묻자 양씨는 “오래됐지만, 20분 정도 (대화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A씨 같은 경우 수년 전부터 유흥업소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라 당시에 굉장히 편하게 생각했고 그런 취지로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을 선임해주겠다고 했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그런 얘기 한 적 없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4일 공판에서 공소장 변경 여부 등을 밝히고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양씨는 2016년 아이콘(iKON)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구매 의혹을 고발한 가수 연습생 겸 공익 신고자 A씨가 경찰에서 진술을 바꾸도록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비아이는 마약 구매·투약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