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성장…패닉 빠진 세계 ‘경제 1번지’ 美 캘리포니아

입력 2023-04-12 15:00 수정 2023-04-12 16:46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명실상부한 세계 ‘경제 1번지’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최고 빅테크 기업들과 디즈니, 헐리우드 영화사 등 각종 콘텐츠산업, 아마존 등 물류산업기지, 테슬라 라슬롭공장 등 전기차기업들이 망라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물론, 전세계 첨단산업을 주도하는 지역이라 해도 무방한 곳이 바로 캘리포니아인 셈이다.



그런 캘리포니아주가 최근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행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발(發)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과 각종 첨단정보통신(IT)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의 매출 급감으로 세수가 크게 줄어, 흑자였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캘리포니아주의 재정은 100억 달러(132조5100억여원)의 흑자였지만, 4월초 현재 적자 상태다.

캘리포니아주를 위기로 몰아넣은 첫번째 ‘폭탄’은 빅테크 기업들의 대량 해고 사태였다. 지난해 4분의 3분기부터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은 경기 불황이 예고되자 서슴지 않고 한꺼번에 수천명에서 1만명 이상의 직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빅테크의 대량 해고는 협력업체들과 실리콘밸리의 중소 IT기업 등으로 연쇄 확산됐으며, 스타트업 기업들은 아예 문을 닫는 일도 흔하게 발생했다.

최소 10만명 이상의 고소득자들이 해고된 뒤 재취업도 못하면서 캘리포니아주 소득세 재정은 직격탄을 맞았다. 물론 빅테크의 매출 감소에 따른 법인세 재정 충격 여파도 엄청났다.

거기다 엔터테인먼트산업과 콘텐츠산업 종사자들도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1만6000명 이상이 해고됐다.

캘리포니아주의 실업률은 4.3%로 미국 평균인 3.5%보다 0.8% 포인트가 높고, 50개 전체 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로욜라 매리마운트대 손성원 교수(경제학)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IT는 캘리포니아 경제를 지탱하는 척추와도 같다”며 “하루 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된 고소득 IT 종사자들이 세금을 낼 수 없게 된 것은 패닉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 물류산업을 주도했던 캘리포니아의 물류망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았고, 팬데믹이 끝났는데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으로 수입되거나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의 70%이상을 책임졌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태평양 연안 항구도시들의 물류 관련 각종 기업들은 도산 직전이라는 것이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의 아시아 교역량은 팬데믹 이전 수준의 43%에 불과한 실정이다.

주민들도 캘리포니아주의 심각한 경제 상태를 피부로 실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의 주민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올해보다 내년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며, 이미 캘리포니아는 공황 상태에 돌입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 재정이 위기상태에 돌입하자 개빈 뉴섬 주지사는 주 정부의 주민 자녀양육비 보조를 전면 중단하고, 기후변화 기금 등 지금 당장 필요치 않는 준비성 자금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앞서 뉴섬 주지사는 지난 1월 “이대로 가다간 우리 주의 2023~2024 회계년도 재정이 22억5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NYT는 뉴섬 주지사의 말을 인용해 “캘리포니아는 지금 심각한 심장병 환자와 같은 상태”라며 “빅테크와 IT산업 버블이 꺼지면서 경제가 파탄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