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2일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불법 금 채굴에 HD현대건설기계 굴착기가 동원되고 있다며 기업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그린피스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년여간 아마존의 야노마미, 문두루쿠, 카야포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불법 금 채굴 현장을 항공촬영한 결과, 176대의 중장비 중 75대가 HD현대건설기계의 중장비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 굴착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2%에 불과하지만,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점유율은 43%로 압도적인 1위”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9~2021년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불법 채굴로 파괴된 열대우림의 연평균 면적은 이전 10년 평균과 비교해 3배로 커졌다. 특히 중장비가 도입되면서 불법 채굴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게 단체의 설명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마존 카야포 원주민 지도자 도토 타칵 이레(Doto Takak Ire)씨는 “현대 중장비가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사용되지 않도록 현대에 조치를 취할 것을 직접 요구하기 위해 야노마미, 문두루쿠, 카야포를 대표해서 한국에 방문했다”며 “굴착기를 사용한 채굴은 강을 오염시키고 아마존 우림과 원주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급격하게 늘어난 채굴로 인해 수은 중독 및 말라리아로 우리는 죽음을 비롯한 심각한 건강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고 전했다.
그린피스는 HD현대건설기계 중장비의 현지 판매업체인 BMG가 경쟁사보다 불법 채굴 현장과 가까운 곳에 대리점을 집중적으로 세우고 불법 채굴업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제공해 점유율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HD현대건설기계 측에 자사 장비가 원주민보호구역, 보전 가치가 높은 생태계 구역에서 작동할 수 없도록 위치정보시스템(GPS) 연동 장치를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러한 파괴 활동에 연루된 개인·조직에 중장비 판매를 중단하고 판매한 중장비가 운용되는 장소와 용도를 파악하라고도 촉구했다.
지난달 아마존 파괴 현장을 목격하고 온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장다울 전문위원은 “HD현대건설기계를 포함한 HD현대 그룹은 그동안 환경 및 윤리경영을 홍보하지만 아마존에서는 환경 파괴와 원주민 인권 침해에 일조하고 있다”며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은 하루빨리 브라질 정부에 협조해 아마존 불법 채굴을 근절하는 데 기여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