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기영(32·사진)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12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 최종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씨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또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청구했다.
검찰은 최후진술에서 “이씨가 범죄를 인정하고 있지만, 피해자 돈을 이용해 사치를 즐기며 생활하는 등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에 해당한다”며 “아주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범행 이후에도 피해자 시신을 유기하고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도 시신 한 구를 발견하지 못한 피해자의 원통함과 한순간에 사랑하는 남편, 아버지를 잃게 된 피해자 가족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고통이 감히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할 수 없다”며 “조금이나마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피고인이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도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며 중형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씨는 “제 범행에 대해 일절 변명의 여지가 없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회적 물의가 되지 않도록 재판부에서 중형을 선고해 달라. 엄벌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유족 측 피해 보상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결과물을 얻기 위해 다음 재판 일정을 좀 여유 있게 잡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택시 기사 A씨 부인은 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원하는 것이 한 가지밖에 없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맞게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저희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는 합의를 안 할 생각”이라면서 “피고인의 공탁금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의 선고 기일은 5월 1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검찰은 강도살인 및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이씨를 지난 1월 19일 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20일 경기도 고양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60대 택시 기사 A씨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파주 집으로 데려가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그해 8월 초에는 집주인이자 동거녀인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해 시신을 파주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의 범행은 당시 여자친구였던 C씨가 파주 집에서 고양이 사료를 찾으면서 드러났다.
C씨는 고양이 사료가 떨어지자 사료를 찾으려고 집안을 뒤지다 끈으로 묶여 있던 옷장 문을 열었고, 짐 아래에 있던 A씨 시신을 발견해 신고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