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공금 6억으로 서울에 ‘내집마련’ 목사, 징역 2년

입력 2023-04-12 07:40 수정 2023-04-12 09:59

교회 돈 약 6억원으로 서울에 본인 명의의 아파트를 구매한 목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목사 A씨(68)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목사 A씨는 지난 2020년 9~10월쯤 교회 계좌에서 총 5억9000여만원을 찾아 서울 동작구에 개인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씨 측은 10년 넘게 교회에 헌신했고, 교회가 소유한 토지와 건물을 예상보다 20억원 더 비싸게 파는 등 그간의 기여를 고려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20년 8월 A씨가 소집한 교회 공동의회에서 ‘목사님 사택 사드리기’ 결의가 통과된 점도 강조했다. 교회 절차에 따라 아파트를 매입한 것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교회 공동의회의 결의가 ‘사택 마련’ 정도의 추상적 내용일 뿐 A씨 명의의 ‘자가 매입’ 취지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목사직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계속 소유할 수 있는 개인 아파트까지 사택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교회 입장에서 사택을 마련하는 것과 피고인에게 그 금액 상당을 지급해 개인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큰 차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교회 담임목사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지위에 있음에도 5억원이 넘는 큰 금액을 횡령해 피해자 교회 다수 교인에게 큰 정신적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지난 2021년 교회에 2억5000만원 정도를 반납하는 등 일부 피해가 복구된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