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인상 마무리 국면… 시카고 연은 “인상 신중히”

입력 2023-04-12 07:00 수정 2023-04-12 08:00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돌입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관리는 금리 인상 신중론도 꺼내 들었다. 시장의 관심도 인플레이션에서 경기침체 우려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은행 부분 스트레스 여파를 평가할 수 있도록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 올바른 통화접근 방식은 신중함과 인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굴스비 총재는 “은행 부분은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하기 전 이미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몇 주 동안 정책을 결정할 때 차입 조건에 대한 데이터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부문의 재정 스트레스가 전면적 위기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이나 기타 신용 가용성을 줄여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결정 때 은행 시스템 위기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굴스비 총재는 “재정적 역풍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지를 고려하면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며 “역풍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때까지 추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너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낮추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지만, 연준의 목표(2%)를 훨씬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난 3월 연준 전망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면 실질금리나 인플레이션 조정 금리가 오르는 만큼 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이것(인플레이션 하락)은 금리 인하의 중요한 동인”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경제가 더 둔화하지 않도록 금리 조정과 인하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 달 연준이 0.25%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67%로 나타났다. 그러나 7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다수를 이뤘다.

시장에선 금리 상승과 은행 부문의 대출 기준 강화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투자 신탁 회사인 아버는 지난주 휴스턴의 저소득층 다가구 부동산 단지 4곳을 압류했다. 320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자산가치가 2억2900만 달러에 달한다.

해당 지역은 부동산 투자 회사 애플스웨이가 2021년 8월~2022년 4월 사이 매입한 것인데, 일부 단지는 부채 비율이 8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스웨이는 최근 금리 인상과 임대시장 정체로 대출금 상환을 불이행했고, 아버는 지난달 13일부터 압류를 시작했다. 해당 부동산은 지난 4일 경매에 나왔지만, 입찰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급등하는 금리가 수조 달러 규모의 임대 주택 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몬머스대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24%는 가족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이는 지난해 여름(33%)보다 9%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휘발유 가격 상승을 꼽은 응답자는 15% 포인트 감소한 1%에 불과했다. 반면 경제 문제는 9%에서 12%로 올랐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