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무상제공·긴급대피 오라” 산불 맞선 강릉 상인들

입력 2023-04-12 04:26 수정 2023-04-12 10:09
강릉 상인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안내문들. 인스타그램 캡처

11일 강원도 강릉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자 지역 상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강릉시 강문동의 한 카페는 이날 ‘커피 무상제공’을 공지했다. 카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강릉시 화재 관련 소방·경찰·군인·기타 공무원분들께 커피 무상제공합니다”라고 공지했다. “긴급대피 하시는 분들도 오세요”라는 문구도 덧붙였다.

카페 운영자는 “저는 10년 넘게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고 있다. 하여 현재 상황이 많이 안 좋은 것을 더욱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며칠간 정상 영업을 포기하고 고생해주시는 분들께 작은 나눔을 하려 한다”고 적었다. 이어 “현재 긴급대피해 가실 곳 없는 분들께 필요하시다면 정말 간단한 요깃거리와 음료를 제공하겠다. 편히 쉬어가셔도 된다”고 남겼다.

강릉시 유천동의 한 반려견 동반 카페도 이날 “가게가 많이 협소하지만 급하게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대피하셔야 하는 분들은 카페로 편히 오시라”며 “사료랑 물도 못 챙긴 분들이 계실 텐데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고 공지했다.

이 카페는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아이들과 함께 계실 곳을 제공해드리고자 하니 편하게 방문하시라”고 했다.

또 다른 반려동물 미용업소도 “산불 확산에 따라 예정된 (가게) 오픈 일정을 잠정 연기하고 반려동물의 대피 장소를 제공해드린다. 화재 피해지역에 거주하시는 시민 중 반려동물의 대피가 필요하신 분은 연락주시라”면서 연락처를 공유했다.

강릉 산불은 이날 화재 발생 약 8시간 만인 오후 4시30분쯤 주불이 진압됐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0.714㏊)의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소실됐다.

주택 59채, 펜션 34채, 호텔 3곳, 상가 2곳, 차량 1대, 교회시설 1곳, 문화재 1곳 등 총 101곳의 시설물이 전소되거나 일부가 탔다.

인명 피해도 이어졌다. 화재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화상을 입었다. 1명이 손가락에 골절상을 입고 12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17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재민은 총 323가구 649명이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날이 밝으면 헬기를 투입해 잔불을 정리하며 산불현장 전반을 살펴볼 계획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