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1일 공개한 외교청서에 한국의 강제동원(징용) 해법 발표 사실을 수록하면서 자신들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밝힌 내용을 넣지 않았다.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도 되풀이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2023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일본 정부는 매년 4월 최근 국제정세와 일본의 외교활동을 기록한 백서인 외교청서를 발표한다.
올해 외교청서에는 “한국 정부가 3월 6일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징용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는 내용이 새롭게 담겼다. 하지만 하야시 외무상이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재확인한 대목은 기술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 반성에 무게를 두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시사한다.
부당한 독도 영유권 주장은 올해도 반복됐다. 외교청서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한국이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 없이 다케시마의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불법 점거’ 표현은 2018년 외교청서에 처음 등장한 이후 6년째 유지됐다.
한국 외교부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복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또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것에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부당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가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을 담지 않은 데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징용의 근원인 식민지배 전체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이 선언의 정신을 변함없이 계승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