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적발, 잘 이겨낼게요” 음주운전자 글 뭇매

입력 2023-04-12 00:02 수정 2023-04-12 00:02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 모습. 국민일보DB

인터넷 커뮤니티에 상습 음주운전자의 하소연 게시글이 등장해 누리꾼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잇따른 음주운전 사고로 경각심이 커지면서 온라인에서 ‘상습 음주 운전자’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10일 ‘음주 구제카페에 올라온 어느 음주운전자의 글’이란 제목의 게시글이 등장했다.

원래 글은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행정처분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 심경을 털어놓고 경험을 나누는 카페에 있던 것으로, 한동안 베스트 게시글에 올라 있었다. 전체 공개된 게시글은 누구나 조회할 수 있다.

지난 5일 글을 올린 A씨는 음주운전 적발만 세 번째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제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항상 죄인으로 살고 있다”면서 “하소연할 곳이 이곳뿐이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오늘부터 (면허) 결격기간 2년 시작”이라면서 “2년 동안 어떻게 견뎌야 할지. 면허 없이는 생계도 힘든데 참 머리가 복잡한 하루”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A씨는 “항상 매년 봄 여름 가을 겨울 카라반이나 버스 캠핑카를 보유하고 있어서 캠핑 즐기고 할리 오토바이를 타며 드라이브를 즐겼다”며 “이젠 하지 못하니 집사람도 열받았는지 집구석 나가라네요”라면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A씨는 “모두 힘내시고 경험이라 생각하고 잘 이겨내도록 합시다”라고 썼다. A씨의 글로 미뤄볼 때 음주운전으로 사상자가 발생하진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글이 확산된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에선 A씨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답도 없는 3진. 음주 좀 그만하세요. 제발”, “판사 할아버지가 와도 면허 못 살린다”, “더 욕먹어도 빌어라”라는 반응이 나왔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여행이 문제고 캠핑이 문제냐. 생각도 없고 철도 없다”, “평생 속죄하면서 살아도 모자랄 판에 신세 한탄을 하고 있다”는 거친 반응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삼진 아웃당할 동안 다른 집 가족들의 목숨을 해하지 않은 점에 평생 감사하라”면서 “며칠 전에도 대전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당해 초등학생 4명 중 한 명이 유명을 달리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대전에서 대낮 만취운전 사고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친구들과 걷던 배승아(9)양이 숨진 사건을 거론한 것이다.

A씨가 글을 올린 온라인 카페에는 상습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이들이 행정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한 방법을 공유한 글들도 눈에 띄었다.

국민일보 DB

한 상습 음주운전자는 형량을 적게 받기 위해 양형 자료에 ‘장기기증서’를 포함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7일 올라온 게시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네 차례 음주운전이 적발된 B씨는 양형 자료로 15종의 문서를 제출했다. B씨는 지난해 12월 음주 상태로 2.7㎞ 정도 차량을 운행했고, 경찰 조사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0.178% 면허 취소 수준으로 나왔다고 한다.

B씨는 “실형만은 피하고 싶어서 변호사 선임을 바로 했다”면서 “경찰 조사 동행 후 현재 진행 중이고 양형 자료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형 자료로 장기 기증서, 자동차 매매계약서, 정신과치료 내역서, 중독센터 3회 교육 이수, 반성 일지 등을 제출했다면서 “할 수 있는 건 다해보려고 노력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라며 글을 마쳤다.

이에 한 누리꾼은 “인생 개차반으로 막사셨는데 이제 학교(교도소의 은어) 입학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4진에 (혈중알코올) 수치가 넘사(‘너무 높다’는 뜻)”라면서 “단기 실형 살 것 같은데 식사 거르지 말라”고 꼬집었다.

이 카페에선 3~4번씩 음주운전에 적발됐다며 신세를 한탄한 글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실제 음주운전 적발 횟수가 2회가 넘는 ‘상습 음주운전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3년 동안 2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수만 16만2102명에 달했다. 이 중 74%(11만9213명)는 적발 후 10년 이내에 다시 음주운전을 저지르다 적발된 것으로 분석됐다. 1년 이내에 음주 상태로 다시 운전대를 잡은 경우도 18%(2만9192명)에 달했다.

상습 음주운전자 16만 2000명 가운데 74%는 음주운전 적발 후 10년 이내 재범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됐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또 전체 음주운전자 5명 가운데 1명이 3회 이상 음주운전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기간인 3년 동안 음주운전이 적발된 전체 건수는 36만4203명이다. 이 가운데 3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인원이 7만4913명으로 전체의 20.5%에 달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