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두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팀 패배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활약했다. 최지만은 시즌 첫 홈런을 터뜨렸고 김하성은 상대 선발의 노히트를 깨며 자존심을 지켜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최지만은 11일(한국시간) 미국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 1홈런을 기록했다. 팀은 최지만의 홈런에도 8대 2로 대패했다.
지난해 부상과 트레이드를 거치며 피츠버그에 둥지를 튼 최지만은 녹록치 않은 겨울을 보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명단에 들었으나 소속팀 반대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연봉조정위원회에서도 패소했다.
경기력으로 가치를 입증해야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개막 이후 꾸준히 타석엔 들어섰지만 이날 전까지 안타는 단 1개, 타율은 0.053에 불과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곤 하지만 당장 라인업에서 제외돼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었다. 더구나 이날 상대 선발은 좌완투수 프람베르 발데즈였다. 데릭 셸턴 감독은 그런데도 최지만에게 다시 한 번 중심타선 중책을 맡겼다.
믿음은 결국 통했다. 최지만은 2회 말 4대 0으로 뒤진 가운데 주자 없이 찾아온 첫 타석에서 발데즈의 시속 153㎞ 속구를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가 124m에 이르는 대형 홈런으로 올 시즌 첫 대포와 타점을 신고했다.
왼손 투수 상대로 약하다는 통념 탓에 전 소속팀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곧잘 플래툰으로 기용됐던 최지만은 이날 경기 직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좌투수를 만나는 게 불편하지 않다”며 “많은 기회가 온다면 더 편하게 타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한솥밥을 먹고 있는 배지환은 이날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은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뉴욕 메츠와의 방문경기에 7번 2루수로 나선 그는 2회 첫 타석엔 삼진으로 물러났다. 메이저리그 ‘연봉 왕’ 맥스 슈어저의 몸쪽 높은 152.2㎞ 속구에 꼼짝 못하고 당했다.
5회 두 번째 타석은 달랐다. 1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슈어저의 2구째 한가운데 슬라이더를 가볍게 받아쳐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그 전까지 피츠버그 타선은 슈어저에게 볼넷 3개만 얻어낸 채 노히트로 묶여 있었다.
7회에 볼넷 한 개를 추가한 김하성은 최근 세 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슈어저를 필두로 계투진까지 철벽 호투를 펼친 메츠 마운드에 농락당하면서 5대 0 완패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