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립예술단의 베토벤 교향곡 공연이 종교편향을 이유로 무산됐다. 시 조례로 설치 운영되는 종교화합자문위원회(자문위)가 가사 중 신이라는 단어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시의회의 관련 상임위원회는 문제를 인식하고 관련 조례를 살펴보기로 했다.
11일 대구시립교향악단·합창단과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내달 1일 수성아트피아 재개관을 맞아 예정된 대구시립교향악단·합창단 공연이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때문에 취소됐다. 대구의 시립예술단은 공연 전 조례 규정에 따라 자문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단 한 명의 반대에도 공연은 부결된다. 자문위원 9명 중 1명이 이번 공연에 대해 ‘신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합창’에는 ‘땅 위의 벌레에게도 기쁨은 선물받고, 천사 케루빔은 신 앞에 선다’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불이여, 낙원의 딸이여’ 등 가사가 나온다.
공연을 주관한 수성아트피아는 예상치못한 결정에 최근 표예매를 중단했다. 대구시립교향악단 한 관계자는 “자문위가 1~4악장 중 4악장의 가사에서 예민하게 해석될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해들었다”면서 “한 자문위원이 문제 삼은 악장을 빼는 형태로 곡 구성 수정을 논의했지만 다른 행정적 문제로 공연이 어렵게 됐다”고 했다.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만장일치가 아니면 부결이 된다는 조항이 문제라고 판단, 관련 조례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우 위원장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거장의 공연이 종교편향을 이유로 불허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화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황당을 넘어 망신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독일의 대문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에서 따온 ‘합창’ 가사를 종교적으로 해석하는게 어불성설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