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내부의 이념 갈등으로까지 비화됐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탈퇴 논란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교단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 논의기구를 꾸린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NCCK 탈퇴 및 이념 갈등 해소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책위 구성…공식입장 정리
11일 감리회에 따르면 최근 교단 내부에서 ‘NCCK 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감리회 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NCCK 탈퇴 이슈와 관련, 정식으로 만든 논의의 장을 통해 감리회의 공식 입장을 정리하자는 취지에서다. 앞서 지난해 10월 열린 감리회 총회에서는 NCCK 탈퇴안이 건의안으로 올라왔고, 건의안 심사위원회가 해당 안을 다룬 뒤 위원회를 통과, 본회의에 상정됐다.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 안건 표결을 주장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의장인 이철 감독회장이 해당 안건을 표결하기 전 교단 내부에서 진지한 논의를 해보자는 의견이 수용되면서 이번에 대책위가 구성된 것이다. 그동안 감리회 내에서 NCCK 탈퇴와 관련해 특정 기구를 통한 논의나 공식적인 입장 정리가 이뤄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다만 대책위가 NCCK와의 대화기구는 아니다. NCCK의 의견을 일부 감안하겠지만, 대체로 감리회 내부 논의가 우선이다. 기감 본부의 유성종 기획홍보부장은 “대책위원장은 충북 연회의 박정민 목사이고, 대책위는 감리교와 NCCK를 잘 이해하고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 있는 사람들로 꾸려질 것”이라며 “공식 입장을 언제까지 도출할 것이라는 특정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고,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 무기한으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찬반 논쟁, 이념갈등 비화
지난 1924년 창설된 교회연합기구인 NCCK는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를 모태로 삼고 있다. 감리회는 NCCK 태동기부터 함께 한 교단이다. 그러나 감리회 내에서 민감한 사회 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로 NCCK 탈퇴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감리회에서 NCCK 탈퇴를 주장하는 단체는 ‘NCCK 탈퇴 추진 범감리교인 연합’이다. 이 단체는 NCCK가 차별금지법 제정 지지, 동성애 옹호, 종교다원주의 지향 등을 한다며 즉각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NCCK 탈퇴를 반대하는 측에선 NCCK가 여전히 한국교회의 소중한 자산이며 탈퇴할 경우 감리회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NCCK 탈퇴로 감리회가 2개로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NCCK 탈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교단 내부의 이념 갈등을 상당부분 투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대책위 구성으로 향후 이념 갈등이 잦아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감 소속 한 목회자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감리회 내부의 다양한 의견들을 공정하게 수렴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감리회의 소모적인 갈등이 원만하게 봉합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부연회 NCCK 탈퇴안 통과
한편 이날 열린 감리회 중부연회(감독 김찬호 목사)에서 ‘NCCK·WCC 탈퇴안’이 가결됐다. 김찬호 감독은 찬반 1명씩 의견을 듣고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투표 결과 재석 인원 475명 중 찬성 436명, 반대 37명, 기권 2명으로 탈퇴건의안이 통과됐다. 일각에서 투표 무효를 주장하는 소리도 나오면서 한때 연회장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중부연회의 회원수는 3498명으로 감리회에 소속된 12개 연회 중 최대 규모다. 이 곳에서 NCCK 탈퇴안이 통과된 만큼 향후 다른 연회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이어질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