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초등생 숨지게 한 60대, 반병 아니라 1병 마셨다

입력 2023-04-11 13:55
음주운전으로 9세 여학생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이 1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 둔산경찰서에서 나와 대전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음주운전을 하다 고(故)배승아양을 승용차로 치어 숨지게 한 60대가 당초 알려졌던 것과 달리 반병이 아닌 1병 정도의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이화섭 대전경찰청 교통과장은 1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피의자 A씨(66)는 사고 당일 지인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소주를 1병정도 마셨다고 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고 당일 오후 12시30분쯤 대전 중구의 한 노인복지관 구내식당에서 지인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셨다. 지인들의 연령대는 A씨와 비슷한 60대 중후반이었다.

점심식사 자리에는 총 9명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소주와 맥주를 포함해 13~14병의 술을 나눠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9명 가운데 일부는 A씨와 같은 전직 공무원 출신이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는 모임에서 일찍 빠져나와 오후 2시쯤 운전대를 잡고 사고 현장까지 약 5.3㎞를 이동했다.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던 그는 운전 부주의로 도로 오른쪽에 있는 연석을 들이받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왼쪽으로 핸들을 틀며 급선회하다 반대차로 인도까지 돌진해 배양 등 어린이 4명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배양이 크게 다쳐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배양과 함께 사고를 당한 친구 1명도 다쳐 뇌수술을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2명은 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정밀검사를 위해 다시 병원에 입원하거나 입원을 준비중인 상태다.

A씨는 1차 조사에서 경찰에 “어린이들을 보지 못하고 벽을 들이받은 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이동할 때 취재진에게는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사고 당시 육안으로 보기에도 피의자가 술을 마셨다고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태였다”며 “사고 발생 다음날 오전 10시30분부터 1차 조사를 진행했는데 조사를 받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어린이들이 치료를 받은 뒤 부모 동석 하에 12일부터 피해자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