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하는 우리 딸…천천히” 배승아양 눈물 속 발인식

입력 2023-04-11 12:47 수정 2023-04-11 13:25
대전 서구 둔산동 스쿨존에서 만취운전자 차량에 치여 숨진 배승아양의 발인식이 11일 오전 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배양의 어머니는 딸을 보내지 못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딸 멀미해요. 천천히 들어주세요.”

스쿨존 인도로 돌진한 만취 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배승아(9)양의 어머니는 11일 딸을 실은 관을 운구 차량으로 옮기는 이들에게 호소하듯 말했다. 이대로 딸을 보낼 수 없다는 듯 부여잡은 관에서 차마 손을 떼지 못한 채였다.

배승아양의 발인식이 11일 오전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배양의 학급 친구들이 보내준 근조화환이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대전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배양의 발인식에는 흐느낌만 가득했다.

혼자 두 남매를 키우며 고생하는 엄마를 위로하던 애교 많은 딸. 그런 배양을 하루아침에 잃은 어머니는 힘없이 딸이 생전에 좋아하던 인형만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배양의 어머니가 딸이 생전에 좋아하던 인형을 품에 끌어안은 채 흐느끼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인사 전 배양을 추모하는 예배가 시작되자 배양 어머니와 오빠는 고개를 숙인 채 흐르는 눈물을 훔치길 반복했다.

“이 땅에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예배를 진행하는 목사의 말씀에 소매로 눈물을 닦아낸 배양 어머니는 옆에서 넋 놓고 앉은 큰아들의 한 손을 자신의 무릎으로 끌어당겨 두 손으로 감쌌다.

마지막 기도에 바닥을 바라보고 무릎을 꿇은 자세에도 어머니는 인형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소중히 감싸 안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젓기도 했다.

배승아양의 발인식이 11일 오전 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예배가 끝난 뒤 활짝 웃고 있는 여동생의 영정을 든 오빠는 허탈한 표정으로 발인식장을 향했다.

어머니는 인형을 팔에 안은 채 “우리 딸 어떡해” “어쩌면 좋아”라며 내내 눈물을 흘렸다.

배양의 어머니가 딸을 보내지 못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어머니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울면서 운구차에 올랐다. 생전에 멀미하던 딸이 생각나 ‘천천히 들어 달라’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나이 차가 많은 배양을 딸처럼 키웠다던 오빠는 “한 달 후 승아 생일 때 침대를 사주려고 돈을 모았는데…”라고 눈물을 쏟았다.

배승아양이 숨진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앞 인도에 배 양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9살 배양을 실은 운구차는 순식간에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배양은 화장 후 대전추모공원에 안장된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