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동남쪽으로 560㎞ 떨어진 모랑주 이타하리시에 있는 네팔새언약신학대학교(NNCC·Nepal New Covenant College)는 최근 창립 10주년을 맞아 경사를 맞았다. ‘복음의 불모지’ 네팔에서 최초로 3명의 선교사를 아프리카 르완다 등 타문화권에 파송한 것이다.
선교사들은 모두 20대 후반으로 지난달 30일 졸업식에서 선교사로 파송받았다. 두 명은 르완다 연합대 교목과 방글라데시 초·중등학교 교목으로, 또 다른 이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디아스포라 네팔인을 위한 교회를 개척해 선교사로 헌신할 예정이다.
2013년 NNCC를 설립해 총장으로 섬기는 권승일(75) 목사는 11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NNCC의 선교사 파송은 네팔 기독교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하나님이 모든 기적을 행하셨다.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린다”고 전했다.
설립 초기 학생 10명, 교수 3명으로 시작한 NNCC는 10년 만에 학생 600여명, 교수와 교직원 28명인 학교로 성장했다. 네팔은 힌두교가 전체 국민의 86%나 차지하는 나라로 기독교 비율이 2~3%에 불과하다. 게다가 NNCC가 있는 이타하리 지역은 카트만두에서 차로 14시간이나 가야 하는 시골이다. 이런 기적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권 목사는 “처음 NNCC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 카트만두의 선교사들이 이타하리에서 신학교를 세우면 안 될 것이라며 만류했다”며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네팔 선교의 기적은 지금도 계속된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 생명나무교회를 개척한 권 목사는 ‘교회의 사명은 선교’라는 목회 철학에 따라 일본 및 중국 선교에 헌신했다. 2003년 국내에서 신학대학원에 다니는 한 네팔 신학생이 생명나무교회 전도사로 섬겼다. 교회는 이 전도사의 신학 석사(Th.M)와 박사(Ph.D) 과정까지 뒷바라지하며 후원했다.
2012년 말 네팔 목회자는 박사 과정을 마칠 무렵 권 목사에게 네팔에 신학교를 세우는데 힘써 달라고 부탁했다. 권 목사는 “기도 가운데 사도 바울을 향해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고 한 마케도니아의 환상이 떠올랐다(행 16장).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 목사는 이타하리시의 저지대에 NNCC를 설립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학교 설립을 추진하던 권 목사는 재정으로 인한 어려움 때문에 학교 설립을 포기하겠다는 기도까지 했었다. ‘이 학교는 내 학교다.’ 그러나 기도 중 하나님이 주신 감동에 힘입어 사역을 이어갔다. 이후 러브네팔선교후원회(이사장 손윤탁 목사) 등 많은 동역자가 네팔 선교에 동참하면서 사역의 탄력이 붙었다.
NNCC의 특징은 대부분 강의가 영어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한국 인도 유럽 미국 등에서 초빙받은 교수진은 네팔 신학생들이 어디서든 영어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혹독하게 훈련한다. NNCC에서 학부 80명, 신대원 40명이 네팔 선교의 차세대 사역자로 쓰임 받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에는 산악 지대가 많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NNCC에 오기 어려웠다. 게다가 현지 목회자 중에는 신학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현지 목회자들은 권 목사에게 각 주에도 지방신학교를 설립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해서 네팔 동부 지역의 14개 주에 지방신학교인 MTEP(Mobile Theological Education Program)를 설립, 이곳에서 470여명이 교육받는다.
MTEP는 건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각 주에서 가장 규모 있는 교회에서 MTEP 수업이 진행된다. 교수 두 명이 교회를 방문해 이곳에 모인 학생들과 일주일간 숙식하며 두 과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이렇게 4년 과정의 신학교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30여명이 참여하는 사이버신학대가 있다.
권 목사는 “교육받은 학생들이 변하고 이들로 인해 교회와 지역사회도 변화되고 있다”면서 “2030년까지 네팔 50개 주에 50개 MTEP를 세우는 게 비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팔 복음화를 위해 수고하는 교수진과 이사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네팔에서 일어난 기적들은 사람의 힘으로 이뤄진 게 아닙니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현재 네팔에서 개종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어 선교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신학교를 통한 현지인 목회자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핍박 가운데서 복음이 왕성하게 전파되도록 기도해주십시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