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물가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지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 부양’ 카드를 선택한 셈이다.
한은의 동결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최근 둔화한 물가상승률이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4.2% 상승했다. 지난해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5.2%였다가 2월 4.8%, 3월 4.2%로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 입장에선 경기 둔화 우려가 있더라도 물가상승률이 튀면 금리 동결을 결정하기 부담스럽지만,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폭은 다소 줄었다.
경기 둔화 국면은 장기화하고 있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품목 부진에다 중국으로의 수출도 초라한 성적표를 나타낸 탓이다. 무역수지는 1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였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아직 기대만큼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사실상 ‘금리 인상 시즌 종료’로 보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약화한 데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시그널도 약해진 점 등을 그 근거로 든다.
다만 한은이 금리 인상 기조가 종료됐다는 명백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주춤했지만 일시적 변동 요인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산유국의 감산 결정 등 금리 정책의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관련해 “이번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종금리 수준과 관련해선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당분간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