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온라인에 유출된 기밀문서 형식이 정부 고위급에 제공되는 문서와 유사하다고 확인했다. 미국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CS)와 국무부, 국방부 등 외교·안보라인 고위급을 동원한 외교 대응에 나서며 동맹·파트너 이해를 구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유출된) 문건들은 공공 영역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끝까지 조사해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문건 중) 일부가 조작됐다는 것을 안다. 일부 사례의 경우 온라인상에 올라온 정보는 우리가 생각하는 원래 소스에서 변경됐다”고 말했다. 또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비롯해 모든 문건이 유효한 것인지는 말하지 않겠다”며 “국방부는 국가 안보에 대한 함의를 살펴보기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비 조정관은 한국·이스라엘을 접촉했느냐는 질문에 “미국 당국자들은 지난 며칠 동안 관련 동맹 및 파트너와 상당한 고위급에서 소통해왔다”며 “가능한 한 관련 동맹 및 파트너에 계속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미 당국자들은 미국이 민감한 정보를 담은 문건을 보호하고,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보안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안심시키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고위급에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부가 우리 동맹 및 파트너와 소통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대화는 범정부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 당국자들은 동맹 및 파트너와 가장 높은 급에서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NN은 이와 관련해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이 기밀문서 유출에 대한 외교적 대응을 이끌도록 지명됐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파텔 수석부대변인은 한국 외교·안보 담당자 감청 의혹에 따른 한·미 관계 영향에 대해 “한국은 역내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이며 우리는 한국과 여러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헌신은 철통같다”고 말했다. 문건 유출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퍼스트 레이디는 국빈 방문 기간 한국의 카운트 파트와 파트너를 맞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미거 미 국방장관 보좌관도 “주말 동안 미국 관리들은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접촉했으며, 그들 중 일부는 유출된 문서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지난 6일 기밀문서 유출에 대해 처음 브리핑을 받았고, 이후 매일 고위급 회의를 소집하고 있다고 미거 보좌관은 설명했다.
미거 보조관은 또 “이번에 유출 문건들이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작전 등 정보 사항을 고위 관리들에게 업데이트할 때 제공되는 포맷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유형의 정보가 누구에게, 어떻게 배포됐는지 파악하고 평가하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유출된 기밀문서 보고 계통을 특정해 관련 인물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거 보좌관은 “온라인에서 유포된 기밀 문건들은 국가 안보에 매우 심각한 위험을 가하고, 허위 정보를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며 “국방부는 유포의 범위와 규모, 영향 평가, 완화 조치를 살펴보기 위해 24시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