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도감청’ 돌부리… 국민의힘 ‘외교 포비아’ 한탄도

입력 2023-04-10 17:18 수정 2023-04-10 17:37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재옥 원내대표. 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한국 정부 도감청 의혹이 터져 나오자 국민의힘 내부는 한숨 소리로 가득 찼다.

국민의힘에서는 외교 문제에서 악재가 잇따르자 ‘외교 포비아(공포증)’에 걸리겠다는 한탄마저 흘러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원칙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발언을 한 지도부 8명 중 아무도 도감청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하지 않았다.

김기현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우선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도감청이 있었는지 자체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 사안이 불거지게 되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제3국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내용을 잘 살펴본 다음에 대응하는 것이 국익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영호 최고위원도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가짜뉴스를 퍼트릴 가능성은 없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제3국 개입설’을 들고 나왔다.

태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한·미 양국 사이가 벌어지면 가장 득 보는 나라는 다름 아닌 북한·중국·러시아 등 국가들”이라며 “진상이 규명되기 전에, 기정사실화해 정쟁화하는 것은 국익을 자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4월 말 미국 국빈방문을 보름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터진 돌발 악재에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한 재선의원은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큰 성과를 거둘 경우 대일 외교에서 까먹은 점수들을 대미 외교에서 만회하고,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도감청 의혹으로 인해 그런 구상들이 물거품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국민의힘 원내사령탑에 오른 윤재옥 원내대표는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윤 원내대표는 “진상 확인을 빨리 해서 사실 관계를 국민들께 알리는 것이 먼저”라며 “상황을 보고 국회 차원에서 논의를 해야 할 사안인지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비윤(비윤석열)계는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윤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며 “이런 엄중한 상황임에도 대통령실이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보겠다’고 반응했다니, 한심하고 비굴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현수 박성영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