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밋은 왜 ‘AI 개발’ 6개월 멈추면 중국만 이득 본다 했나

입력 2023-04-10 16:33

‘인공지능(AI) 개발 6개월 중단론’이 전 세계 IT업계의 뜨거운 논쟁 대상으로 떠올랐다.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AI의 위험성’이 제기되면서다. 하지만 반발도 거세다. 에릭 슈밋 구글 전 회장은 미국 기업들이 AI 개발을 6개월 동안 멈추면 중국에만 이득일 것이라며 ‘중국 경계론’을 내놨다. IT업계에서는 중국이 AI에 대대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기술 격차가 단기간에 좁혀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10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에 글로벌 IT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AI 개발을 6개월간 멈추는 게 옳은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불을 지핀 건 IT업계 주요 인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등 1000여명은 공개 성명서를 통해 “최첨단 AI 시스템 개발을 최소 6개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AI를 통제할 방법론이 마련되지 않아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게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슈밋 전 회장은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AI 연구를 6개월간 중단하는 건 중국에 이익이 되는 일이다.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의 기술 개발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중단 기간에 중국이 AI 플랫폼과 양자과학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중국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 한국 등과 비교해 아직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픈AI에서 챗GPT를 내놓은 이후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가 AI 챗봇 ‘어니봇’을 공개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을 보였을 정도다.


그러나, IT업계에선 중국의 국가 차원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성장에 ‘날개’를 달고 선두주자들을 제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중국은 AI를 경제 및 안보 측면에서의 전략기술로 삼고 ‘AI 굴기’를 진행 중이다. 오는 2030년 AI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걸 목표로 국가 차원의 정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중국 AI 산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AI 산업 규모는 1958억 위안(약 37조5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시장 성장률은 7.8%에 달한다.

IT업계 일부에서는 AI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경쟁과 갈등이 격화하면 일부 미·중 기업들의 기술 독과점이 심화해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메러디스 휘태커 미국 뉴욕대 ‘AI 나우 인스티튜트’ 창립자는 “세계적으로 소수 기업만 AI를 개발하고 기술을 제공하는 자원을 가지고 있다. 민주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