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1위 한화 이글스와 2위 삼성 라이온즈가 정규시즌 개막 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두 팀은 최근 주말 3연전에서 각각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에 싹쓸이 스윕패를 당하며 나란히 10위, 9위로 주저앉았다.
시범경기 성적이 정규시즌 성적과 무관하다지만 두 팀이 시범경기 기간 보여준 경기력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다. 특히 한화는 시범경기 내내 예상 밖의 활약으로 1위까지 차지했던 터라 10위라는 성적표가 더욱 뼈아프다. 문동주와 김서현 등 신인들의 선전이 이어지며 ‘만년 꼴찌’ 탈출을 꿈꾸는 팬들도 적지 않은 터라 실망감은 더욱 크다.
삼성도 시범경기 막바지에 무려 8연승을 내달리며 선전했다. 역대 훈련량의 2배가량이었다는 박진만 감독의 동계 해외 전지훈련이 빛을 발한듯 선수들이 펄펄 날았다.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은 기복 없이 잘 던졌고 백업 외야수 김태훈이 맹활약을 펼치며 눈도장을 찍었다. ‘시범경기 홈런 1위’ 이성규의 존재감도 만만찮았다.
하지만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화는 6일 치른 삼성전에서의 첫 승 이후 모든 경기에서 졌고, 삼성은 주말 3연전에 앞선 한화와의 맞대결에서도 1대 8로 대패하며 4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한화가 고전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전략 미스가 꼽힌다. 특히 8일 SSG전 8회에서 나온 무모한 선수 기용은 패배를 자초해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수베로 감독은 5-4 리드 상황에서 전날 SSG의 전의산에게 볼넷을 내줬던 윤산흠을 투입했다. 동점을 허용하고 역전주자까지 나왔지만 윤산흠을 밀어붙인 수베로 감독은 결국 만루 위기를 맞고서야 강재민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당시 해설위원으로 중계석에 있던 김태형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은 “(투수교체가) 한 템포 느렸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의문부호를 던졌다.
삼성은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시범경기 중 복사근 파열로 주전 중견수 김현준을 잃은 데 이어 시즌 개막 직전에는 1위 백업 외야수 김태훈까지 발목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중심타자 호세 피렐라 역시 펜스 충돌 후유증을 딛고 복귀했지만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시즌 초반 드러난 약점을 다잡지 않으면 반등의 계기를 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 시즌 디펜딩챔피언 이자 4연승으로 기세가 좋은 SSG과 주중 3연전까지 앞두고 있어 부담이 크다. 한화 역시 주중 KIA 타이거즈를 만난 후 주말부터는 우승 유력 후보로 꼽히는 KT 위즈를 상대해야 한다.
한화는 이미 2021년 시범경기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정규시즌을 10위로 마감했던 전적이 있다. 고질적인 타격 부진 문제를 개선하고 선발 투수의 투구수를 끌어올리는 등 재정비에 나서야 2년 전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