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10대 상담중” 교회도 안심 못하는 마약음료 사건

입력 2023-04-10 13:53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이젠 마약이 양지에서 떠돌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시음행사를 가장한 일당이 고등학생들에게 필로폰과 엑스터시가 함유돼있는 ‘마약 음료’를 건넸다. 누리꾼들은 “길거리에서 학생에게 마약을 건네다니 믿을 수 없다”며 공분했다. 그러나 모든 이에게 마약이 공포의 대상인 건 아닌 듯하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이사라 배역은 부와 명성을 지닌 동시에 마약에 중독된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를 두고 일부 누리꾼은 “멋있다”고 평한다. 그 중엔 10대도 있다.

연합뉴스 제공


‘마약 접근성’이 10년 새 부쩍 높아졌다. 문제는 청소년까지 마약의 늪에 빠졌다는 점이다. 대검찰청 ‘21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10대 마약범 수는 2011년 41명에서 2021년 450명까지 급증했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구매 방법을 모르거나 비용이 높아 청소년은 마약을 구매하기 어려웠다”며 “누구나 SNS 등을 통해 마약을 구매할 수 있어 현재는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라고 설명했다.

마약류 사범의 중독원인으로 중독(20.8%), 유혹(15.3%), 호기심(12.2%) 등을 꼽았다. 이 중 청소년은 ‘호기심’에 마약을 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 원장은 “미디어에서 마약이 자주 노출될수록 심리적 거리감이 좁혀진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청소년은 모방 심리가 강하고 또래 집단에서 위세를 떨치고 싶어해 호기심으로 마약을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정기간행물 '아름다운 젊음' 2023년 자료 캡처.

기독 청소년도 마약 중독으로부터 예외는 아니다. 약물중독치유 사역자인 임상현 목사(경기도다르크협회 센터장)는 “어느 교회 소속인지는 밝힐 수 없으나, 오늘도 청소년 상담이 잡혀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성장기인 청소년의 뇌는 성인보다 마약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조 교수는 “청소년은 마약에 한 번만 손을 대도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약 중독은 신앙생활과 뗄 수 없는 문제다. 중독은 영원한 하나님 사랑보다 잠깐의 쾌락을 좇도록 부추긴다. 마약에 주권을 빼앗긴 셈이다. 마약 중독이 죄가 되는 이유다. 김규보 총신대 상담대학원 교수는 “마약 중독자에겐 쾌락을 경험하는 순간보다 결핍을 경험하는 시간이 더 길다”며 “하나님이 주신 자유의지는 방종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을 선택할 수 있는 의지다”라고 설명했다.

강남 학원가 고등학생들에게 건네진 '마약 음료'. 강남경찰서 제공


마약에 빼앗긴 하나님 사랑을 복원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그러나 맹목적인 “안 된다” 식 설교로는 예방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목사가 먼저 청소년 마약 문제를 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 교수는 “교회에서 1년에 한 번이라도 중독 강의를 진행하면 주의를 환기할 수 있다. 목사 개인이 마약 강의를 준비하기 버겁다면 전문 강사라도 초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독 청소년들이 마약 문제를 교회 안에서 밝히기 어려워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목사는 “마약을 쉬쉬하는 문화를 극복해 마약 중독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의 학원가 '마약음료' 피의자들이 학생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도 채울 수 없는 결핍을 교회가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주문 역시 나온다. 김 교수는 “교회가 주일학교 성경 공부를 넘어 공감 훈련으로 교제의 기쁨을 확산해야 한다”며 “공감을 넘어선 기쁨을 교회가 제공할 때, 청소년은 마약을 부추기는 또래 집단이 아닌 교회와 함께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김나영 이현성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