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미국 정보기관의 우리 대통령실 내부 도청 의혹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미국에 정보를 요구해 파악하고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최근 외교안보라인의 줄사퇴를 언급하며 “미국의 도청과 관련이 있는지, 도청 정황을 보도 전에 전혀 파악하지 못했는지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 안보, 위신,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70년 동맹국 사이에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서 양국 신뢰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주권 침해이자 외교 반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윤석열정부는 단호한 대응은커녕 ‘한·미 신뢰는 굳건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미국과 협의하겠다’ ‘타국 사례를 검토해 대응하겠다’며 남의 다리를 긁듯 한가한 소리만 내뱉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현지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근 트위터와 텔레그램 같은 SNS에 올라온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에서 최소 두 대목이 ‘한국 정부 내부의 살상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포탄을 미국에 제공할지를 놓고 논의가 진행됐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을 포함한 우리 외교안보라인이 미국의 압박을 받으면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한 대화 내용이 문건에 담겼다.
문건에서 이 전 비서관은 정책을 변경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공식 천명하는 방안을 거론했고, 김 전 실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기 지원과 거래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폴란드에 포탄을 수출하고, 폴란드가 이를 다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우회 지원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한국 사례를 예로 들면서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만이 아닌 중요 동맹에 대해서도 도청해 왔다”고 전했다. 한국은 물론 영국, 이스라엘 같은 우방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정보가 문건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납득하기 힘든 외교안보라인의 줄사퇴도 미국의 도청과 관련이 있는지, 도청 정황을 보도 전까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는지를 대통령실은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대체 용산과 워싱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국회 운영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국방위원회의 즉각적인 소집을 요구한다. 국민의힘은 이런 심각한 상황에도 대통령 심기 경호만 계속할 것인가. 대통령실 업무보고를 포함해 해당 상임위 개최에 조건 없이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를 향해서는 “혈맹국으로서 도리를 지켜 도청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리 국민과 정부에 정중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확실히 약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