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부가 인플레이션 추세를 가늠할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오는 12일(한국시간) 발표한다. 미국 금융 전문가들은 전년 동월과 비교한 ‘헤드라인 CPI’ 상승률의 5%대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구성원들의 3월 정례회의 발언을 기록한 의사록도 CPI 발표일에 공개된다. 이번 주 후반부에는 금융주 중심의 1분기 실적을 확인하며 올해 두 번째 ‘어닝 시즌’을 시작한다.
1. 헤드라인 CPI 상승률 5%대 전망
미국 노동부는 12일 밤 9시30분 3월 CPI를 발표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해 내내 물가·고용 지표를 참고해 통화정책을 결정해 왔다. 긴축 목표는 결국 인플레이션 억제에 있고,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과열된 노동시장을 잠재워야 한다는 연준의 판단에서다.
헤드라인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고 8개월 연속 하락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월 헤드라인 CPI 상승률은 6.0%에 도달했다. 미국 금융 전문가들은 3월 CPI가 2021년 9월(5.4%) 이후 1년6개월 만에 5%대로 진입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을 종합해 3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5.1%, 전월과 비교해서는 0.4%로 전망했다. 미국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은 매월 산출하는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에서 3월 헤드라인 CPI 상승률을 5.22%, 근원 CPI 상승률을 5.66%로 각각 제시했다.
기관마다 소수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미국 금융 전문가들은 대체로 헤드라인 CPI 상승률 5%대 진입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를 완화할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연준은 2021년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을 인정하고 그해 1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으로 긴축에 들어갔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단 한 번의 동결 없이 금리를 높여왔다.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4.75~5.00%다.
월스트리트 금융가 일각에서는 3월 헤드라인 CPI 상승률을 5%대로 확인해도 뉴욕증시의 추세적 반등을 불러오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대도 연준의 목표치인 2%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탓이다. 클리블랜드연방은행은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에서 4월 헤드라인 CPI 상승률 전망치를 5.31%로 제시해 3월보다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 FOMC 3월 정례회의 의사록
미국 노동부에서 3월 CPI가 발표되는 날, 연준은 FOMC 3월 정례회의 의사록을 공개한다. 시장은 전망치에 부합하는 3월 CPI 결과를 확인해도 의사록에 서술된 FOMC 구성원들의 발언 수위에 따라 다시 변동성에 휘말릴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3일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올해 중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고금리 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당시 파월 의장은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연이은 파산·폐업과 유동성 위기를 인지하고 들어간 FOMC 정례회의에서 “한때 금리 동결도 검토됐다”고 실토했지만 “우리는 물가 복원에 전념하고 있다. 행동과 발언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시장은 오는 5월 초로 예정된 차기 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차기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10일 오전 7시20분 현재 ‘베이비스텝’을 택한 비율은 64.7%로 우세하다. 금리 동결 전망은 35.3%의 지지를 얻었다. ‘베이비스텝’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5.00~5.25%로 상승한다.
이 경우 FOMC 구성원들이 3월 정례회의에서 점도표로 찍은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의 중간값인 5.1%에 근접하게 된다. 당시 FOMC 구성원 18명 중 10명은 연말 기준금리를 5.00~5.25%로 예상했다. 금리 인상 국면이 사실상 막판으로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놓고서는 시장의 전망이 엇갈린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 같은 미국 주요 은행 일부는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FOMC 정례회의에서 주목할 것은 고금리 국면의 지속 기간과 금리 인하를 암시하는 신호다.
3. 1분기 ‘어닝 시즌’ 개막
뉴욕증시는 지난 1~3월에 해당하는 1분기 기업별 실적을 확인하는 ‘어닝 시즌’에 들어간다. 경기 침체의 가시화 여부가 1분기 기업 실적에서 나타날 수 있다. 지난달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과 유동성 위기에 휘말렸던 은행주가 ‘어닝 시즌’의 시작을 알린다.
월스트리트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오는 14일 오후 7시15분,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는 같은 날 오후 7시50분, 웰스파고는 같은 날 오후 8시, 씨티그룹은 밤 9시에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은 은행들보다 하루 앞선 13일 오후 7시30분 실적을 공개한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증시를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과 이슈를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