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음료’도 보이스피싱 짓이었나…“조선족 말투협박”

입력 2023-04-09 13:34
강남의 학원가 '마약음료' 피의자들이 학생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의 배후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일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 보이스피싱 조직이 음료에 몰래 마약을 타 먹이는 이른바 ‘퐁당 마약’ 수법까지 도입해 영역 확장에 나섰다는 것이다.

9일 경찰에 따르면 ‘마약 음료’ 일당은 피해 고등학생들의 부모를 협박하며 조선족 말투를 쓰는 바람에 일찌감치 경찰의 의심을 샀다.

조사결과 협박 전화의 발신지와 ‘마약 음료’을 담은 병의 출처는 모두 중국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마약 음료’ 유포자 A씨가 중국에 있는 지인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고 진술하면서, 이번 사건이 ‘신종 피싱 범죄’일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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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에 연루된 이들이 하나같이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고 진술하는 것 역시 기존 보이스피싱 범죄와 이번 ‘마약 음료’ 사건의 공통점이다.

앞서 ‘마약 음료’ 전달책들은 경찰 조사에서 “마약 성분이 든 줄 몰랐다.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런 정황들을 근거로 이번 ‘마약 음료’ 사건이 보이스피싱과 마약을 탄 음료를 먹여 서서히 마약에 중독시키는 ‘퐁당 마약’이 결합한 신종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중국 공안당국에 공조 수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강남 학원가 고등학생들에게 건네진 '마약 음료'. 강남경찰서 제공

한편 ‘마약 음료’를 직접 제조하고 전달한 혐의를 받는 일당 2명의 구속 여부를 가리는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현재까지 ‘마약 음료’ 전달책 4명은 체포되거나 자수했다. 피해자는 학생 7명과 학부모 1명 등 8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