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발생한 국내 6번째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환자가 해외여행력과 확진자 접촉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3일 피부 발진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내국인 A씨가 지난 7일 엠폭스에 확진됐다. A씨는 국내 6번째 환자로 역학조사 및 출입국 기록상 최근 3개월 이내 해외 여행력이 없어 국내 첫 지역사회 감염 사례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엠폭스에 감염된 첫 번째 사례는 엠폭스 환자 피부 병변 검체를 채취하다 주삿바늘에 찔려 감염된 의료인이다. 이는 의료기관 전파 사례는 불특정 다수 사이에서 전파되는 지역사회 감염과는 구별된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난 3월 13일 발생한 5번째 환자와의 접촉 가능성에 대해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방역체계에 포착되지 않은 숨은 확진자가 지역사회에 있다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엠폭스의 경우 동성 남성 간 성적 접촉 과정에서 매개되는 감염 사례가 대다수라는 특성 때문에 감염 의심 증상이 있어도 의료기관을 찾지 않고 숨는 경향이 더 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수일 전인 3월 말부터 피부발진 증상이 있었으므로 해당 기간 A씨가 만난 접촉자들 역시 밀접 접촉 여부에 따라 위험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6번째 환자의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이며 첫 지역사회 감염 사례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보 전파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현재 심층 역학조사가 진행 중으로 내용이 정리되는 대로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엠폭스는 코로나19나 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과 달리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인구에서의 전파 위험도는 상대적으로 낮다”며 “과도한 긴장이나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었던 엠폭스는 지난해 5월 아프리카가 아닌 지역에서 발병 사례가 나온 뒤 환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언을 내렸다.
엠폭스는 수포성 발진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급성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발생 중인 서아프리카 계통 엠폭스는 대부분 2~4주 후 자연 치유되고 치명률은 1%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