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포위 훈련에 나섰다. 8일 오전에는 중국의 군용기 42대와 함정 8척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기도 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에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강도 높은 무력시위에 들어갔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은 “동부전구는 8∼10일 대만해협과 대만섬 북부, 남부, 대만섬 동쪽 해·공역에서 대만 섬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경비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을 계획대로 조직한다”고 이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대만 국방부의 발표를 인용해 중국의 군용기와 함정이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어왔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1945년 12월 미국과 대만 간 상호방위 조약 체결 뒤 1955년 벤저민 데이비스 미 공군 장군이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비공식 경계선이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후로 중국은 대만 해협 중간선 너머로 군용기와 군함을 상시로 파견해왔다. 대만 안보 소식통은 대만과 필리핀 사이에 있는 바시 해협 부근에서도 중국이 대함 공중 공격과 전자전 시뮬레이션을 하고 대잠 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이 같은 태도를 보인 이유는 지난 5일(현지시간)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에 대한 보복 조치로 보인다. 이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이건도서관에서 만남을 가졌다. 대만 현직 총통이 미국 본토에서 미 하원의장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국방부와 외교부 등 5개 기관은 이 회동 직후 지난 6일 불쾌함을 여실히 나타냈다. 이들 기관은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예고했다. 또 차이 통총의 미국 방문 활동에 관여한 레이건도서관과 허드슨연구소 등을 제재하기로 했다.
중국이 즉각 행동에 나서지 않은 ‘타이밍’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지난달 27일부터 10여일간 중국을 방문한 마잉주 전 대만 총통 등 ‘외빈’이 중국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중국 푸젠성 해사국은 전날 성명을 내고 오는 10일(현지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핑탄현 앞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번 훈련의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핑탄은 대만 북부 신주현에서 126㎞ 떨어져 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훈련 발표에 “충돌을 고조시키거나 갈등을 부추기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가지고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할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