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준예산 체제를 겪은 경기 고양시가 또다시 시의회의 예산 칼질로 추가경정예산안이 대량 삭감됐다.
연초 본예산 대폭 삭감 이후 시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시는 추경을 통해 본격적인 업무 추진을 대비했지만, 추경마저 대폭 삭감되면서 각종 주요 사업이 표류될 위기에 처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 3일 제1차 추경 수정안이 제273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확정됐다. 당초 시가 제출한 제1회 추경안 규모는 약 2170억원으로, 시민복지·민생안정을 위한 주요사업 및 본예산 삭감·미편성 사업 등이 담겼다.
예결위 수정 예산안에서 삭감된 예산은 약 60억원 규모로, 주민편의 증진 등을 위한 사업 예산은 약 58억원이 삭감됐으며 업무추진비는 1억8000여만원이 삭감됐다.
준예산 체제 등 본예산 대폭 삭감을 경험한 집행부는 추경안 통과를 위해 시의회와 적극적인 소통을 했음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나자 허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시의회가 본예산 삭감 이유로 협의 부족 등 집행부의 소통 부재를 지적한 바 있어 시는 추경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설명에 나섰지만 결국 추경안도 삭감됐다.
익명의 시 관계자는 “민주당 소속 일부 시의원들이 사업에 근거해 예산을 삭감해야 하는데 감정적으로 주요 시정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고 그 영향이 다른 의원들까지 퍼지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추경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 측과 협의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줬지만 결국 추경도 대폭 삭감됐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예산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 일부가 일신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고, 출석자가 많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주도로 수정안을 강행할 수도 있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대화로 풀어가기 위해 강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추경 예산에서 삭감된 주요 사업은 ▲시민의 날 기념식 개최 ▲고양 시민복지재단 설립 ▲건강취약계층시설 미세먼지 방진창 설치 지원 ▲고양 박물관 설립 ▲한옥마을 조성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 ▲2023 세계도시포럼 개최 ▲국립과학관 건립 등이다.
시민의 날 기념식은 추경예산 삭감으로 열리지 못하게 됐고, 시의 주요 정책이자 시민들의 관심도도 높은 고양 시민복지재단 설립, 건강취약계층시설 미세먼지 방진창 설치 지원, 고양 박물관 설립, 한옥마을 조성 사업 등은 전액 삭감돼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특히 ‘고양 시민복지재단’ 설립을 위한 예산은 4번이나 예산확보를 하지 못했고, 업무추진비 삭감의 경우 일부 부서에 대해 표적으로 삼고 삭감했다는 논란도 있다.
시 관계자는 “본예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시민이며, 계속해서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와 시의회 모두 결국은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양시 예산 문제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양시의회는 2023년도 예산안을 의결하지 않아 법정 처리기한을 넘겼으며, 이로 인해 새해를 준예산 체제로 열었다.
이후 시의회는 지난 1월 임시회를 개의해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지만 당초 시가 요구했던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시는 민생안정에 직결되는 일부 사업을 반영하는 쪽으로 의회와의 논의를 시도했지만, 결국 주요사업 및 업무추진비 예산 대부분이 삭감된 채 본예산이 확정됐다.
시와 시의회 간 갈등은 조직개편까지 번졌다. 당초 시의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조직개편안 통과 후 연초 상반기 인사이동과 함께 조직정비가 완료됐어야 하지만, 조직개편안이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한편 조직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