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왕’ 베테랑 소방관, 20년만에 임용취소 위기, 왜?

입력 2023-04-07 13:35
연합뉴스.

한 소방관대회에서 ‘구조왕’에 뽑히기도 했던 20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이 임용 취소 상황에 놓였다. 과거 채용 과정에서 응시 자격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당국은 공무원 임용 체계 시스템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생명을 구조한 실무자의 실적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경남소방본부와 창원소방본부에 따르면 경남 창원시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40대 A씨는 해군 해난구조대(SSU) 경력을 인정받아 2003년 구조대원 경력직에 지원해 합격했다. A씨는 이후 각종 산악 및 화재 현장에서 구조 활동 등 임무를 해오며 활약했다. 한 소방관대회 구조왕에 뽑혀 1계급 특별진급이 되기도 했다. 현재는 창원의 한 소방서에서 119구조대 팀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경남소방본부는 지난달 10일 A씨가 속한 창원소방본부에 A씨에 대한 소방공무원 합격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보냈다. 합격 취소 사유는 응시 자격 미달로 SSU 경력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20년 전 채용 당시 경남소방본부 구조대원 경력직 지원 요건은 SSU 경력 3년 이상이었는데 A씨는 실제로 SSU 경력 2년 1개월이었다는 설명이다.

A씨가 당시 제출한 군 경력 증명서는 병적증명서로 여기에는 4년 군 경력이 명시돼 있었다. 이 문서에는 계급·개월별 업무 등 상세한 기록이 나오지 않아 전체 군 생활 기간만 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4년의 군 생활을 했지만 SSU 경력은 2년 1개월인 것이다.

해당 내용은 소방당국이 지난해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민원을 통해 파악하면서 드러났다. 창원소방본부 관계자는 “당시 A씨 군 경력 서류에 상세한 목록이 나오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최근에는 상세한 군 경력이 표기된 군 경력 증명서를 제출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창원소방본부에 “고의로 경력을 부풀린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에 대한 합격 취소 통보 사실이 알려지자 직원들은 A씨의 자격 사항을 거르지 못한 인사과 직원이 아니라 당사자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경남 지역의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A씨의 성실한 근무태도와 좋은 평판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소방관은 “SSU 경력이 과거 3년에서 몇 년 전부터 2년으로 줄었다. SSU 경력이 없던 것도 아니고 지금 기준이라면 충분히 합격할 기준”이라며 “20년전 SSU 출신은 거의 ‘철인’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국민의 생명을 수없이 구한 분인데 구제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용이 취소되면 A씨는 규정에 따라 근로소득은 인정받지만 공무원연금은 받지 못하고, 지금까지 납부한 원금만 돌려받게 된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