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 쫓아가 음주 측정했는데… 대법서 무죄, 왜?

입력 2023-04-07 10:50 수정 2023-04-07 11:01

음주운전 혐의자가 있는 장소로 출동한 경찰이 관리자 허락 없이 음주 측정을 강행한 경우 이를 거부해도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면허 운전 혐의만을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4월 충북 옥천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새벽 4시쯤 차를 몰아 300m 정도 떨어진 마사지 업소로 갔다. A씨의 비틀거리는 모습을 CCTV로 지켜보던 통합관제센터 직원은 경찰에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했고, 경찰은 마사지업소로 출동해 A씨를 찾았다.

경찰은 약 12분간 A씨에게 3차례 음주 측정을 요구했는데 A씨는 침대에 엎드린 채 모두 거부했다. 그는 2020년에도 음주운전을 해 벌금형을 선고받고 면허가 정지된 상태였다. 수사기관은 A씨에게 음주측정 거부와 무면허 운전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무면허 운전은 유죄로 보면서도, 음주측정 거부는 절차의 위법성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경찰관들은 마사지업소 건물 관리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들어가 A씨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는데, 이를 위법한 수색으로 본 것이다. 경찰관들은 법정에 나와 마사지업소 관계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손짓으로 A씨가 있는 방을 가리키며 사실상 수색에 동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소 CCTV에 관련 장면이 찍히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2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단이 옳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