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본사가 위치한 여의도 윤중로의 봄, 흩날리는 벚꽃 나무 아래 팔짱 낀 연인이 하하호호 즐겁게 거닐고 있다. 답답했던 일상은 잠시 잊고 모두가 입가에 즐거운 미소를 띠고 있는 이 시기. 회색 건물 안에 혼자 웃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새로운 게 필요해
오늘도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싸맨 국민일보 인턴기자 정모씨(23·여). 인스타그램 계정 프로필까지 야심 차게 바꿔 놨지만 정작 피드에 어떤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올릴지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번 정해진 포맷은 피드 전체의 통일성을 위해서라도 중간에 바꿀 수 없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 정씨는 힌트를 얻기 위해 다른 언론사가 운영하는 계정의 피드를 살펴봤다.
현재 인스타그램을 순조롭게 운영하는 S일보와 A일보, K일간의 게시물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각 매체에서 발행한 기사를 그대로 이미지로 제작했다는 것. 기사 사진에 특별한 디자인을 더하지 않고, 주요 내용을 요약한 글을 흰색으로 삽입했다. 간혹 삽입한 글의 위치나 텍스트 디자인에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틀은 유지하고 있었다. 세 매체뿐만 아니라 K일보와 H신문 등 대부분의 언론 매체에서 이렇듯 단조로운 내용과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정씨는 고민이 깊어졌다. 기존 언론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든다면 무난하게 언론사 인스타그램 대열에 합류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정씨의 생각이었다. 게다가 최신 이슈를 알려주는 계정은 언론 매체만이 아니다. 이미 기업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수많은 계정이 활보하고 있는 레드오션에서 국민일보라는 이름 하나로는 그 좁은 틈을 파고들기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른 정씨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다시금 머리를 싸맸다.
언론사 SNS의 새 지평을 열다
정씨는 자신이 인스타그램 운영자인 동시에 사용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씨와 또래들이 팔로우하는 콘텐츠는 정식 언론사 계정보다는 일반인이 운영하는 유머 계정인 경우가 많다. 이슈가 되는 키워드를 검색창에 검색해보면 인기 게시물 상단은 대부분 유머 계정의 콘텐츠가 차지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주 사용층인 20대, 30대는 한눈에 이해할 수 있고 복잡하지 않은 콘텐츠를 선호한다. 정씨는 생각했다. 정말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이런 것이라면 우리가 그 니즈에 한번 맞춰보면 어떨까.
고민은 짧게, 실행은 빨리. 정씨는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기사를 찾아 곧바로 이미지 편집에 돌입했다. 평소 여러 개의 유머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던 정씨에게 MZ감성의 게시물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팔로워가 없지 센스가 없나. 유행에 맞는 밈을 사용해 젊은 층을 겨냥한 멘트를 생각해내는 것은 자칭 신세대 기자의 주 종목이다. 평소 뉴스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쉽게 이해하고 한번쯤 눌러보고 싶게끔 궁금증을 유발하는 멘트를 작성하는 것이 관건. 기사 제목을 그대로 갖다 쓰는 대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직관적인 멘트를 기사 사진에 삽입하고 컷마다 간단한 설명을 써넣었다. 큰 텍스트에 단색 배경을 깔고 위아래로 배치하자 가시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국민일보 로고 아이콘까지 작게 삽입해 출처를 명확히 하자 이미지가 완성됐다.
내친김에 업로드까지 해보자. 완성된 이미지를 첨부하고 본문에는 간단한 멘트와 기사 일부를 발췌해 넣었다. 기사 전문을 보고 싶다면 프로필에 삽입해둔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해 사용자들이 검색할만한 거의 모든 단어의 조합으로 해시태그까지 알차게 달아주고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총 소요시간은 약 8분. 홈페이지에서 쓸만한 기사를 선택하고 빠르게 올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첫 게시물이 업로드된 피드를 유심히 보던 정씨는 별안간 작은 실소를 터트렸다. 그냥 봐서는 언론사 공식 계정인지, 유머 계정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자유분방한 피드는 어느 언론사에서도 시도된 적 없던 과감한 도전임이 분명하다. 정씨마저 “진짜 이게 맞냐”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선배는 “잘했네, 내용이 눈에 확 꽂히는 게 좋다”며 계속 이런 형식으로 게시물을 제작할 것을 요청했다.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이제 편집에 요령이 생긴 정씨는 다음 게시물도 뚝딱 만들어냈다.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피드가 새 인턴기자의 색깔로 채워지고 있었다. 언론사와 유머 계정 사이 어디쯤에서 양쪽의 독자들을 모두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택한 국민일보. 그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앞으로 계정을 운영하며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될 터다. 주사위는 이미 굴려졌고, 더 나빠질 것도 없다. 지금부터 할 일은 앞만 보고 나아가는 것뿐. 정씨는 이대로 무사히 계정을 운영할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별별인턴은 국민일보 인스타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한 인턴기자의 여정을 추적합니다. SNS 플랫폼을 운영하며 벌어지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아이디 @kukminilbo_official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아이디 @kukminilbo_official
정고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