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모 묘소가 훼손된 사건이 문중의 ‘기(氣) 보충’ 의식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대표와 같은 경주이씨 문중 인사들이 정치적 난관에 부딪힌 이 대표를 돕기 위해 이같은 의식을 행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대로면 이 대표가 추정한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흑주술”은 사실이 아닌 것이 된다.
전남 강진군에서 고려청자를 연구하는 이모(85)씨는 6일 “지난해 6월 1일 지방선거 3일 전인 5월 29일 문중 인사들과 함께 경북 봉화군의 이 대표 부모 묘소에서 기 보충작업을 했다”고 뉴시스에 밝혔다.
그는 2004년 전남도로부터 청자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도공을 양성하고 있으며, 풍수지리 전문가로도 활동하는 지관이다.
이씨는 “지난해 5월 전남 장흥에 거주하는 문중 지인으로부터 ‘이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도움을 주자’는 전화를 받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씨는 “이 대표 선대 묘는 기가 많았으나, 이 대표 부모 묘소는 방향이 잘못돼 기가 약하다고 진단했다”며 “강진 고려청자가 생산됐던 강진군 대구면에서 돌덩이 6개를 가져가 ‘날 생(生)’, ‘밝을 명(明)’, ‘기운 기(氣)’ 한자를 새겨 봉분 가장자리에 묻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생명기는 신명스러운 밝음, 밝은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10년 전 특허청에 생명기 상표등록을 마쳤고 다른 곳에서도 기 보충 처방을 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최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 “수사 후 돌을 빼내 이 대표 부모 묘소의 기가 다시 빠졌다”며 “생명기 돌을 다시 넣어 줬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같은 행위를 이 대표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선거가 임박했고, 함께 간 문중들도 이 대표와 연락할 방법을 몰랐다”며 “좋은 취지로 했으니 나중에 이 대표에게 알려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이 대표가 뒤늦게 이런 내용을 알고 경찰까지 수사를 한다고 해 무척 당황스럽다”며 “경찰에서 연락이 오면 사실대로 진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12일 페이스북에 묘소가 훼손된 사진을 공개하며 “일종의 흑주술로 무덤 사방 혈자리에 구멍을 파고 흉물 등을 묻는 의식,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또는 양밥)”라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민주당 측은 이와 관련해 경찰에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당시만 해도 돌덩이에 적힌 한자가 흐릿하게 보인 탓에 ‘기’ 글자가 ‘살’(죽이다·殺)이라는 추정이 있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