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서 신실하게 최선을 다하라. 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는 주님의 말씀이 단순 명확하게 마음속에 자리 잡기도 전에 앞으로 준비해야 할 난제가 먼저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나를 다스릴수 없었다. 순간 하나님을 붙잡고 기도하다 묵상하길 반복했다. 나만의 시간에 몰입하려 애를 썼다.
드디어 문제가 단순해지고 명료해졌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이 걸으신 십자가의 길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은퇴 후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몽골국제대학 K총장이 제시한 조건을 거절하면서 피해갈 출구를 찾을 수 없었다.
누구든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면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말씀을 기억했다.
선교의 소명을 주실 때 일획의 오차도 없으신 하나님임을 깨달았다.
무익한 종이 쓰임을 받는다는 비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령이 회오리 바람처럼 순식간에 나를 사로 잡았다.
“하나님 아버지가 뜻하시고 계획하신 몽골국제대학 미디어선교 대열에 제가 나설께요. 하늘 아버지의 광대하신 구원의 역사를 펼치시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습니다.”
이후 K총장이 제시하는 조건과 미디어학부 창립 상황을 되짚어 볼수록 “바로 내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응답할 수 밖에 없었다.
현실적인 여건을 따지고 재는 데 익숙한 나를 몽골 선교를 위해 기도하면서 포기할 수 있었다.
주님이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지 세미한 음성까지도 들을 수 있도록 귀를 크게 열었다.
일주일 이상 세상적 이해관계를 내려 놓고 십자가를 묵상했다.
몽골 환경이 어려울지라도 소외 몽골인과 함께 낮은 자리에서 주님의 사랑을 나누길 기도했다.
그동안 익숙했던 이해관계와 세상 권세에 기대지 않기로 했다.
주님 안에서 인내하고 오래 참으며 손해를 보더라도 선교하면서 몽골 구원의 역사에 동참하길 소원했다.
구체적인 여건을 설명하자면, 그때 98세 노모 황숙희 권사는 하루하루 아들과 며느리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건강상태였다.
한시라도 어머니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몽골 선교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어머니에게 신실하게 상의하지 않았다.
오로지 주님의 음성을 경청했다. 어떤 메시지가 임하기를 바랬다.
하나님의 은혜로 무사히 마친 30여 년 대학교수 생활에 대해, 주님께 몽골 선교로 보답하는 기회를 주심에 감사 기도를 드렸다.
게다가 주님은 몽골국제대학 학과 창립과 신문방송학 전문성을 활용하는 데 머물지 않으셨다.
몽골 쓰레기 마을 등 빈곤한 공동체에 게르 교회를 세우길 바라셨다.
믿지 않는 몽골인을 전도해 구원의 대열에 참여시키도록 믿음을 주셨다.
적지 않은 몽골인들이 온갖 잡신에 사로 잡혀 있었다. 몽골 구원을 위해 기도했다.
낮은 자세로 동고동락하고 몽골인 게르 교회를 개척하라고 주님은 명하셨다.
몽골국제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신설이나 학원선교 참여를 결정하는 것은 필자의 사회적 득실로 선택할 문제가 아니었다.
성령님이 강권에 순종했다. 어떻게 주님의 뜻에 맞게 실천하느냐의 믿음의 문제로 귀결됐다.
따지고 보면 믿음의 결단이란 의지를 포기하고 그 결정을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다.
세상적 이해 타산은 어느덧 사라졌다.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능력 주시는 하나님을 믿고 결단하라고 세미한 음성으로 속삭이는 성령님의 다그침이 있었다.
몽골 선교사의 길은 무모하리만큼 좁고 험한 길이었다.
나약한 75세 노인의 심리 때문인지 걱정도 많고 두려움도 엄습했다.
몽골에 가 본 적도 없었고 특별히 선교 대상으로 기도한 적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후, 아내 이방숙 권사에게 조심스럽게 의견을 물었다.
아내는 의외였다. 선뜻 내 선택을 존중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아닌가. 할렐루야.
어머니 고 황숙희 권사님도 찬성이었다.
“주님이 하시는 일에는 기꺼이 순종하는 게 복의 근원이다. 네가 몽골에 가서 주님의 나라 확장을 위해 선교에 전심전력하는 동안에는 주님이 반드시 지켜주신다.이 노인은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너라.”
크게 웃으면서 만족스러워 하시던 어머니 모습이 지금도 다시 떠오른다.
히브리서 11장 8절 말씀처럼 아브라함이 부르심을 받았을 때 순종하여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다.
몽골에서 벌어질 생소한 환경을 상상하고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 생활을 경험했듯이 나를 불현듯 광야로 이끌어 내시는구나. 나는 부족하여도 그 광야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예비하시고 주님의 일을 성취하려는 소망을 이루어주시리라.”
그 길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순종하고 나아가면 주님의 뜻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님이 펼치시는 무궁무진한 미래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마침내 몽골 선교를 가기로 결단했다.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시 37:5)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