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산책을 하던 70대 노인이 발을 헛디뎌 우물에 빠졌다가, 신고가 접수된 지 15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5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5시11분쯤 119상황실로 “남편이 새벽 1시쯤 운동하러 갔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상황실 직원은 아내로부터 A씨(79)의 연락처를 받아 5시50분쯤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를 받은 A씨는 긴박한 목소리로 “동굴인데 물이 깊다, 두릅 밭인데 살려달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구체적인 위치에 대해 “공군 숙소 가기 전”이라는 말을 끝으로 6분여간의 짧은 통화는 이내 종료됐다.
대구소방은 이후 대구 동부경찰서 등에 상황을 알렸고,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정보 등을 바탕으로 동구 방촌동 일대 우물이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수색했다. 수색에는 소방대원과 경찰 기동대, 형사·실종팀, 드론 2대, 수색견 등이 투입됐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꺼져버린 탓에 A씨 위치는 좀처럼 파악되지 않았다. 수색은 해가 저문 후에도 계속됐다.
경찰은 A씨가 통화에서 “물이 깊다” “공군 숙소 쪽” “두릅 밭” “동굴” 등의 표현을 쓴 것을 토대로 A씨의 위치가 ‘매우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일 것으로 추정했다.
야간수색을 이어가던 경찰은 오후 8시 20분쯤 방촌동 한 과수원 일대에서 두릅과 잡풀로 무성한 우물을 찾아냈고 이내 A씨를 발견했다. 최초 신고 15시간 만이었다.
A씨가 빠진 우물은 깊이 6m, 지름 2m 크기였다. A씨는 우물 위에 있던 덮개를 밟고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랜 시간 사용되지 않은 우물엔 물이 무릎 높이까지만 남아 있었다.
발견 당시 A씨는 추위와 근육통을 호소했으나 별다른 외상은 없었다. 수색팀은 밧줄을 타고 내려가 사다리를 설치했고, A씨는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A씨는 구조 직후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재 무사히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어두운 밤 걷다가 우물을 못 보고 빠진 거 같다”며 “실제로 우물 주변에 잡풀이 무성해서 발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말했다.
선예랑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