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와 가뭄에 시달린 산지와 농가에서 식목일인 5일 내린 봄비는 반갑지만, 아직 벚꽃길을 걷지 못한 상춘객에겐 야속하다. 서울의 대표적 벚꽃 명소인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 상당수가 굵은 빗줄기에 낙화했다. ‘벚꽃 엔딩’이 시작됐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10분 기준 방재 속보에서 “경남 남해안에 호우특보가 발효돼 있다. 오후 6시까지 시간당 10㎜ 안팎의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며 “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6일 오전까지 바람이 순간 시속 70㎞(초속 20m) 이상, 산지에서 시속 110㎞(초속 30) 이상으로 매우 강하게 부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지난 4일 오전 9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강수량은 ▲인천 강화 76.4㎜ ▲서울 56.7㎜ ▲춘천 남이섬 62.5㎜ ▲서천 51.5㎜ ▲진도 126.0㎜ ▲완도 123.9㎜ ▲광양 백운산 120.0㎜ ▲보성 113.5㎜ ▲산청 시천 120.0㎜ ▲하동 102.0㎜ ▲남해 93.0㎜다.
제주도에서는 삼각봉 453.0㎜, 서귀포 영실 420.0㎜, 서귀포 진달래밭 380.0㎜, 343.0㎜로 다량의 비가 내렸다. 전국 곳곳에서 쏟아진 굵은 빗줄기는 산불을 억제하고 마른 땅을 다소나마 해갈했다.
하지만 벚꽃을 떨어뜨렸다. 여의도 윤중로와 한강공원, 잠실 석촌호수를 포함한 곳곳의 상춘 명소에서 벚꽃잎이 바닥에 깔렸다.
벚꽃 행사도 속속 취소됐다. SK인천석유화학은 오는 6~11일 개최할 예정이던 인천 서구 사업장 벚꽃동산 개방 행사를 이날 취소했다. 평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벚꽃이 일찍 만개했고, 지난 4일부터 내린 강우와 강풍으로 낙화한 탓이다. 회사는 주말인 8~9일 중 벚꽃이 완전히 떨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불가피하게 행사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벚꽃길을 걸을 기회는 아직 남았다. 지리산 고지대에서 뒤늦게 만개한 벚꽃이 상춘객을 기다리고 있다.
전북 남원시는 이날 “지리산 자락인 운봉읍 람천에서 오는 8~15일 제1회 운봉고원 벚꽃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행사 개최지는 지리산 자락 해발 500m 고지대여서 최근에야 벚꽃이 만개하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인 운봉고원 람천의 12㎞ 거리에 벚꽃길이 열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