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령을 받고 제주지역에서 이적단체 ‘ㅎㄱㅎ’를 결성해 활동한 혐의로 전 진보정당 관계자 등 3명이 기소됐다.
제주지검은 5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A씨(53)를 건강상의 이유로 불구속 기소하고,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B씨(53)와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C씨(48)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 내용을 보면 A씨는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을 만나 지하 조직을 만들라는 지령을 받았다.
이후 A씨는 2018년부터 B씨·C씨와 공모해 제주지역 이적단체 결성을 준비하고, 지난해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조직결성 지침과 조직 강령·규약을 하달받아 그 해 9월 이적단체 ‘ㅎㄱㅎ’를 조직했다.
검찰은 A씨가 이적단체 결성 총괄을 맡고, B씨와 C씨가 이적단체를 구성하는 하위조직 중 하나인 농민과 노동 부문 조직 결성을 책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A씨가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암호화한 문서를 외국계 클라우드에 올리고 아이디와 계정을 공유하는 ‘사이버 드보크 방식’으로 북한으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지령문을 수신하고, 북한에 14회에 걸쳐 보고서를 발송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A씨가 북한 지령에 따라 자신이 속한 진보정당 제주도당의 당원 현황을 보고하고, 북한 대남 공작 전략에 이익이 되는 민주노총 투쟁 일정과 후원회 명단, 좌파단체 동향을 북한에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B씨와 C씨는 북한 지령에 따라 ‘전국민중대회’와 ‘한미 국방장관 회담 규탄 기자회견’ ‘제주촛불문화제’ 등을 통해 반정부 활동을 선동하고, A씨에게 대북 보고에 반영할 보고서 등을 전달한 혐의다.
검찰은 ‘ㅎㄱㅎ’를 북한 문화교류국을 상부선으로 하여 대남혁명전략 완수를 목표로 일정한 지휘통솔체계를 갖추고 북한 지령에 따라 조직을 결성하고 지령 수행결과를 보고하는 이적단체로 판단했다. 구성원은 총책 A씨와 농민책임자 B씨, 노동책임자 C씨를 포함해 조직 성원과 예비성원까지 10여명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특히 A씨 등이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과 후신 격인 민중당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이들로, 이번 사건은 옛 통합진보당 출신 세력들이 북한에 포섭돼 이적단체를 결성해 활동하다 검거된 최초 사례라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