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연구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치료 길 열었다

입력 2023-04-05 12:09
살균제로 인한 치명적 폐 손상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매커니즘을 규명한 정재석(왼쪽) 이용철 교수. 전북대 제공.

전북대 연구팀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치명적 폐 손상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매커니즘을 규명해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북대는 의과대학 호흡기내과 이용철 교수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정재석 교수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호흡기학 분야 세계적 권위의 미국흉부학회 산하 기초의학연구저널인 ‘AJRCMB’ 최신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고 5일 밝혔다.

전북대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 강력한 미토콘드리아 산화스트레스 억제제를 투여한 뒤 가습기 살균제 주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에 의해 유발된 치명적 폐 손상과 폐 섬유화가 뚜렷하게 호전됨을 밝혀냈다.

이와 함께 미토콘드리아 산화스트레스 억제제가 가습기 살균제에 의해 유발된 폐포상피세포 수준의 소포체 칼슘의 세포질내 유리를 억제하는 분자적 작용에 의해 매개될 수 있음을 복합적으로 증명했다.

또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팀, 이화여대 김완규 교수팀과의 협업을 통해 혁재미토콘드리아 산화스트레스 억제제 투여가 PHMG에 의해 유발된 미토콘드리아, 소포체를 포함하는 세포내소기관 기능이상을 개선해 폐 손상과 폐 섬유화에 대한 치료효과를 보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용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유발 폐 손상뿐만 아니라 미래에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성 유해 물질 관련 폐 손상에 대한 위험성을 재확인했다”며 “이들에 대한 잠재적 강력한 치료 표적으로서 미토콘드리아 산화스트레스가 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함을 증명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북대병원과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한 상호 연계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러한 긴밀한 연계와 더불어 전북대 본부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연구 지원을 한 점이 중요한 연구 성과를 끌어내는 밑바탕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는 2011년 역학조사에서 가습기 분무액에 포함된 살균제 성분에 노출된 임산부나 영아에서 치명적 폐 손상을 초래해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된 바 있다.

2020년 7월 기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환경부에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6800여명으로 사망자만 1500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학적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 유발 폐 손상과 폐 섬유화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제가 전무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