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산불에 “소방관 커피 무료”…‘돈쭐’ 좌표찍힌 카페

입력 2023-04-05 08:30 수정 2023-04-05 10:08
충남 홍성군 서부면의 한 카페에서 진화 작업에 나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무료 커피 공지를 내걸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축구장 2000개가 넘는 면적을 태우고 53시간 만에 가까스로 진화된 가운데, 이 지역 한 카페에서 소방대원·경찰·공무원 등을 위해 ‘무료 커피’를 제공해 이목을 모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홍성 산불 한 카페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3일 올라온 게시글이 5일 네티즌들의 이목을 모았다. 글에 첨부된 사진에는 한 카페의 돌출 간판에 ‘커피 무료, 산불 진화 소방대원·경찰·공무원분들 부담 없이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힌 모습이 담겼다.

해당 카페는 충남 홍성군 남당항 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산불 진화 인력들에 ‘무료 커피’를 나눠준 것으로 전해졌다.

성 산불 이틀째인 3일 오후 잠잠해졌던 불길이 강풍이 불어 순식간에 다시 거세지며, 진화작업에 투입된 소방대원이 필사적으로 불을 끄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해당 카페 주인은 “뜨거운 산불을 잡느라 힘드신 분들을 위해 3일부터 나눔을 시작했다”며 “(불길 진화로) 갈증이 나실 텐데 그분들을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나눔을 결정했다. 산불이 난 당일(2일)에는 문을 닫았는데 커피 대접을 하려고 열었다”고 조선일보에 전했다.

해당 카페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저런 카페는 ‘돈쭐’(돈으로 혼쭐을 낸다는 뜻으로 많이 팔아주자는 의미)나야 한다” “홍성에 가게 되면 저 카페에 꼭 들러야겠다” “멋진 업주분 덕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산불 진화로 고생하신 분들이 커피 드시고 힘내셨으면 좋겠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홍성 산불 발생 직후 서부면 능동경로당에 설치됐던 현장 소방지휘본부가 3일 남당항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해당 카페뿐 아니라 남당항 인근 여러 상인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산불 진화 인력들에 식사와 음료 등을 무료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3일째 이어진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4일 오후 홍성군 서부면 상황리의 한 야산에서 잔화 정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11시쯤 발생한 홍성 서부면 산불은 53시간 만인 4일 오후 4시쯤 주불이 잡혔다. 피해 규모는 상당하다. 이 불로 주택 34채와 창고 35동 등 시설 71동이 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산불 영향구역은 1454㏊로 추정되는데, 이는 축구장(0.714㏊) 2000개가 넘는 면적이다.

화재 원인은 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산림 당국은 불이 시작된 곳으로 추정되는 산에서 급히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불을 냈을 것으로 의심되는 3명을 조사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