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 안국역에 곤룡포 입은 고래?… 현대건설 ‘아트 콜라보’

입력 2023-04-04 17:18 수정 2023-04-04 17:28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입구 옆에는 커다란 고래가 조선 임금처럼 붉은 곤룡포를 입고 머리에 익선관을 쓴 채로 바닷속을 유영하듯 구름 사이를 날고 있는 민화풍 그림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선 굵은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르듯 굽이치는 산세 사이로 복숭아 나무들이 힘껏 진분홍 꽃을 틔우고, 사방에 분홍 꽃잎이 흩날리는 이 형형색색의 그림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즐거운 상상이 현실로 펼쳐지는 이곳은 안국·현대건설역입니다’라고 적혀 있는데, 여기에 시선이 이르면 서울을 좀 안다는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아직 많은 사람이 ‘안국역’으로만 알고 있는 이 역은 지난해 9월부터 ‘안국·현대건설역’으로 불리고 있다. 3번 출구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 사옥(종로구 계동)이 있는 현대건설이 그해 7월 서울교통공사의 역명 유상 병기 사업자 공모에 참가해 낙찰을 받았다. 현대건설 직원들은 2025년 9월까지 안국역을 “우리 회사 역”이라고 부를 수 있다.

3번 출구 쪽 역사 벽면에 게시된 그림은 현대건설이 기업 PR 캠페인 일환으로 일러스트 작가 광광과 협업한 작품이다. 그러니까 회사 홍보용인데 여느 기업 광고와 달리 지역색과 예술성을 담으려고 했다는 게 현대건설 측 설명이다. 기업 광고는 보통 단조로운 배경에 밝고 씩씩한 표정의 직원들이 엄지를 치켜들거나 화이팅을 외치고 눈에 잘 띄는 곳에 기업명을 큼직하게 강조한다. 안국·현대건설역 광고는 기업 홍보라기보다 종로구나 서울교통공사에서 진행한 공공예술 프로젝트처럼 보인다. 안국역을 오가는 이들 입장에선 위화감이 없고 눈을 즐겁게 하는 데가 있다.

가로 4010㎜, 세로 2260㎜의 그림에는 현대건설이 지은 국립청소년우주센터와 북촌 한옥마을에서 바라본 남산타워, 계동 사옥 등 여러 상징이 ‘숨은 그림 찾기’ 퍼즐처럼 곳곳에 배치돼 있다. 카타르 국립박물관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세계 최대 관람차 ‘아인 두바이’도 등장하는데 이들도 현대건설이 시공한 해외 랜드마크다. 건설 자동화 로봇, 무인 안전로봇, 스마트시티, 신재생 에너지, 도심항공교통(UAM) 수직 이착륙 비행장 등 현대건설이 보유한 미래 기술력도 형상화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기업 PR 캠페인을 기획했다”며 “안국역을 찾는 외국인과 젊은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지역과 회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